개인주주들, 현대·KCC에 잇단 공개질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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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대엘리베이터 소액주주들에 이어 현대상선의 소액주주들도 현대그룹과 금강고려화학(KCC)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현대상선 소액주주 모임은 17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KCC 정상영 명예회장에게 보낸 공개질의서를 통해 자신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하는 쪽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은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위임장을 받아 다음달로 예정된 현대상선의 주총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쪽에 표를 몰아주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의 소액주주 비율은 30% 정도며, 단일 최대주주는 15.16%(지난해 11월 14일 기준)를 가지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다.

소액주주들은 공개질의서에서 ▶현대상선 주식을 장내시장에 매각하지 말 것 ▶현대상선 지분 매각을 위한 인위적 주가조작 금지 ▶시장 왜곡 및 미확인 루머 유포 금지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鄭회장과 玄회장의 최종 목적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아닌)현대상선의 경영권 확보"라며 "서로 헐뜯는 비정상적인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고 정정당당하게 지분 경쟁을 하라"고 촉구했다. 또 "소액주주의 지분만으로도 (현대상선)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라"며 "오는 23일까지 회신이 없는 쪽은 우리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상대방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 주식을 팔 계획이 없고, 출자총액한도에 묶여 더 살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KCC 관계자도 "질의서의 내용과 의도를 파악한 뒤 답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대엘리베이터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29일 현대그룹과 KCC에 지지측 결정을 위한 1차 공개질의서를 보냈으며, 최근 양측의 답변이 미흡하다며 2차 질의서를 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액주주들의 이 같은 행동에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의견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아닌 현대상선을 놓고 지분 경쟁을 벌여달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불안한 경영권을 빌미로 지분 경쟁을 공개적으로 부추긴다면 이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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