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OEM이냐 자기상표냐-M코리아,카멘전자의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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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술투자를 늘리고 생산공장의 해외이전도 서둘렀습니다만 역부족이었던 것같습니다.그러나 우리는 다시 재기할 겁니다.』 지난달말 서울신탁은행 서교지점에 돌아온 23억7천9백만원의 어음을막지못해 부도를 낸 카멘전자 기획실 김명환(金明煥)차장의 말이다. 카멘전자는 국내 3위의 카스테레오업체로 생산량 전량을 유럽이나 미국등지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출해온 유망중소기업.
89년 설립이후 93년중반까지도 매년 50%선의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해온 유망기업이 수주잔량 1천5백만달러라는 많은 일거리를 둔 상태에서 부도를 내자 업계와 금융권의 충격이 컸다. 이 회사는 매출이 93회계연도(92년7월~93년6월)에5백70억원이었으나 94회계연도 들어 바이어들의 주문감소로 4백80억원으로 감소했다.
인건비가 오른만큼 고급화제품을 내지못했고 이에따라 채산을 맞추지 못해 바이어의 오더가 줄어들었다.또 아일랜드공장 건설에 24억원(3백만달러)이 투자되고 신제품개발등에 60억원이 들어가는등 회사규모에 비해 과도한 투자에 따른 부담이 겹쳐 좌초했다고 자체진단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에 부품을 보내는 과정에서 원산지증명등의 문제로 마찰이 빈발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카멘전자가 부도를 낸 것은 독자시장 없이 바이어의 수주에만 의존하고 있는 OEM수출의 구조적 취약성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 례라고 많은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같은 서울신탁은행의 거래업체로서 고유상표로 출발한 문구업체(필기구 제조) 마이크로코리아.마이크로세라믹은 좋은 대조를 보인다.
4년동안의 내수판매에 이은 87년부터의 첫수출부터 자기상표를고집했고 제품개발이나 디자인등에서 세계최고 수준을 유지,오히려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고유브랜드로 전세계 시장에 시계를 수출하고 있는 로만손시계의 김기문(金基文)사장은 창업초기 어쩔수 없이 일본 리치저팬사와 니혼하레이사에 OEM 방식으로 수출에 나섰다.그러나 한동안 바이어들의 갑작스런 가격인하와 거래선 변경,주 문량 축소등으로 판로가 막혀 재고누적과 임금체불등의 위기를 겪었다.
며칠간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한 끝에 지난 91년 고유브랜드로전환하기로 결심했다고 金사장은 당시의 어려웠던 순간을 되새겼다. 이기원(李基元)무역진흥공사 상품개발부장은 고유상표로 수출하는 업체는 거래선과 판매망의 확보로 안정된 조업이 가능하지만 OEM업체는 수주의 불안정성과 수출단가 억제로 채산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李부장은 그러면서도 『기업들이 고유상표를 선호하지만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은 자기상표로 전환하는데 따른 위험과 비용을 회피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우리 수출기업들을 과감히 자기상표 수출업체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업체가 스스로 최고의 기술력.제품력을 갖추고 상표개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회사차원에서 어려운 해외시장 개척이나 해외광고,상표출원 등은 정부가강력히 뒷받침하고 시설투자나 기술개발자금에도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洪源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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