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물결 시장경제 불댕겼다-美비즈니스위크誌 자본주의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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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뉴욕=李璋圭특파원]미국의 비즈니스위크誌는 「21세기의 자본주의」라는 제목으로 향후 세계경제의 진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진단했다.다음은 이 특집의 주제기사인 「세가지 혁명」을간추린 것이다.
21세기로의 진입은 전혀 새로운 시대로 들어섬을 의미한다.경제.사회.정치등 모든 기존질서에 일대전기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공산주의국가들의 붕괴와 개도국들의 급속한 자유시장경제체제발전이 세계전체의 교역과 투자를 엄청나게 늘리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혁명의 물결이 사방에서 동시에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은 「개방」이다.세계 각국이 저마다 개방정책을 강화하고 다국적기업들은 국경을 초월한 기술혁신의 상호교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아의 개도국 발전은 눈부시다.금세기말에 가면 세계생산량의10%를 이 지역에서 공급하게 될 것이다.중국의 빈민인구는 70년에 33%나 됐던 것이 90년에는 10%로 떨어졌고 70,80년대 침체를 거듭해 왔던 남미경제는 91년이 후 3%선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동구권 국가들도 충격을 벗어나 향후 몇년간 4~6%의 성장이 예상된다.
일상적인 잣대로는 세계경제의 번영을 과소평가하기 쉽다.1917년의 볼셰비키혁명과 50년대에 막을 내린 식민주의에 이어 60년대에 들어와서는 정부주도형 계획경제가 힘을 발휘했었다.이젠그 힘의 축이 정부로부터 시장으로 옮겨져가고 있 음이 분명하며, 그 힘의 원천은 「개방화」다.
시장의 중심지는 선진공업국들로 부터 경제성장이 훨씬 왕성한 개도국들로 이전될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새 공장과 발전소를 짓기 위해 수천만 달러를 멕시코와 인도에 투자했으며,마이크로소프트는 수입의 절반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는가 하면 일본의 도요타는 동남아에서,독일의폴크스바겐은 중국에다 힘을 쏟고 있다.
국경의 중요성이 점차 희석되면서 경제성장속도는 더 빨라져 왔다.1인당 국민소득이 두배로 늘어나는데 걸린 기간이 영국은 1780년 이후 60년,일본은 1880년이후 34년,한국은 1966년 이후 11년이 걸렸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멕시코와 일부 남미국가,그리고 동구권등 이들 3개지역의 인구는 세계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며 GDP기준으로 하면 선진공업국들의 20%수준이다.
이들이 만약 향후 10년동안 8%의 성장을 계속한다면 선진국의 경제력과 맞먹게 된다.또한 한국과 대만등은 수십년안에 「부자나라」 그룹에 끼어들게 될 것이다.
경제국경의 붕괴가 결과적으로 각국의 인플레를 안정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개도국 신흥시장의 수요증대로 공산품 값이 올라가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그러나 치열한 국제경쟁이 임금상승 억제에 미친 효과가 더 크다.선진국일수록 더하다.
개도국들의 싼 임금공세에다 급속한 기술발전까지 겹쳐 선진국들의 월급쟁이들은 갈수록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73~93년까지 20년간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22.5%나 떨어졌다.
선진국 내부에서는 차라리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없지 않다.그러나 개방은 대세요 역사의 교훈인 것 같다.
1870~1913년 사이에도 지금과 같은 흐름이 있었다.당시런던 금융시장의 전체 거래량중에서 59%가 해외증권이었다.3천6백만명이 유럽을 떠나 미국을 비롯한 외국으로 나갔다.교역량이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기술개발도 활발했으며 경제 성장률도 치솟았다. 지금의 상황은 신흥시장의 급속한 확대로 19세기때보다도 더 잠재력과 활력이 표출되고 있다.무엇보다도 정보혁명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이것은 비용절감에 가장 효과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문화가 나라마다 다른 것처럼 자본주의도 나라마다 다르다.일본의 자본주의는 대형조직운영에 탁월함을 발휘하는 반면,미국의 자본주의는 신산업의 창출에 더 나은 것으로 평가받는다.마찬가지로 중국과 프랑스의 자본주의도 다 다르다.
그러나 어느나라의 자본주의든 간에 동일한 목표와 유사한 논리를 지니고 있다.다른나라들과 흥정을 해야 하고 경쟁과 협상을 통해 이익을 내야 한다.오히려 자본주의는 다국적 문화를 수용하기 때문에 공산주의를 이길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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