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계 해외기업 인수 본격화-성공사례코리아스테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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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코리아스테풀(대표 申仲奎)은 미국기업을 인수해서 성공한 사례다.인수기업을 잘 알아서 철저히 현지화전략을 쓴 게 적중했다.
문구용품인 스테이플러(호치키스)와 스테이플전문업체인 이 회사가미국 시카고의 동종회사인 에이스와 스폰네일즈를 인수한 것은 4년전인 91년 1월.
에이스와 스폰네일즈는 자매회사였다.90년 대주주사이의 경영권분쟁끝에 부도가 나자 은행관리에 들어갔고 법원에 의해 파산선고까지 받게 됐다.졸지에 두 회사는 공개매각 신세가 돼 버렸다.
각각 회사 이름을 상표로 써 미국 동업종에서 5위 권 안팎의 지명도를 유지해 왔던 업체들이었다.에이스는 문구용을,스폰네일즈는 공업용을 만들어 팔았었다.
평소 『미국시장을 뚫지 않으면 세계 최고기업이 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졌던 코리아스테풀의 申사장으로선 이 두 회사 매각이 절호의 기회였다.
83년부터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하면서 두 회사와 거래해오던 코리아스테풀은 3백70만달러를 들여마침내 이들 회사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인수업무를 총괄했던 신우룡(申雨龍)전무는 『상대회사와 오래 거래해 속사정을 잘 알았던 게 성공의 비결이 었다』고 회고한다.문제는 부실을 어떻게 치료하느냐였다.무엇보다 현지화전략을 철저히 고수해 나가기로 했다.
회사 이름을 「피스」로 바꿨다.그러나 상표만큼은 기존의 「에이스」와「스폰네일즈」를 그대로 사용했다.지명도 높은 브랜드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판단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한국인은 단 한명도 쓰지 않고 모든 경영을 현지인에게 일임했다.현지 사정에 밝은 사장을 고용해 방만했던 경영을효율화시키고 영업망을 재정비한 결과,인수 첫 해인 91년에 바로 흑자를 냈다.그 후 흑자행진은 계속됐다.
피스는 올해 3천만달러상당의 매출에 1백10만달러선의 세전이익(추정)을 낼 정도의 건실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인수후 이제까지 미국내 영업망 확충에 주력해온 피스는 내년에는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 멕시코및 중남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車鎭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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