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2000>7.시계-시간측정 물시계 4천5백년전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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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금은 시계점에서 『이시계 잘 맞나요』라고 묻는 것 자체가「촌사람」취급받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상태지만 구한말(舊韓末)때만해도 창덕궁의 오포(午砲:정오를 알리기 위해 쏘던 대포)는툭하면 시간을 놓쳤다.특히 구름이 심하게 끼는 날이면 더욱 자주 틀려 당시 사람들의 놀림이 되기도 했는데 오늘날 신뢰성없이큰 소리만 내는 것을 「대포친다」,그런 사람을 「대포쟁이」라 부르는데는 바로 이같은 연유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가늠한다는 것은 이처럼 힘들었고 이 때문에 인류는 우선 한결같은 움직임을 가진 해와 달.
물의 흐름에 눈을 돌리게 됐다.
해의 그림자를 이용한 시간측정은 이미 기원전 4천년께부터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며 기원전 3백년 그리스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희극에는 『그림자 길이가 열발자국이 되면 저녁식사 하세요』라는 말도 등장하고 있다.
날씨나 밤낮에 관계없이 시간측정이 가능해 사용된 물시계는 이미 기원전 2천5백년께 바빌론에서,기원전 6백년께 중국에서 각각 나타나고 있다.세종대왕때 개발된 자격루처럼 수위(水位)가 어느수준에 이르면 자동으로 종을 치도록 하는 수준 은 아니었지만 고대 유럽에서도 물시계 옆에는 종을 놓아두고 때가 되면 이를 쳐서 시간을 알렸다.
오늘날 시계를 의미하는「클락」(Clock)이란 영어단어가 라틴어로 종을 뜻하는 「Clocca」에서 나온 것은 바로 이런 배경이다.
이후 유럽에선 유리병안의 모래가 떨어지는 속도를 이용한「모래시계」,타들어가는 초심지의 길이나 기름의 양을 이용한 「불시계」등이 등장했다.하지만 정확성이나 범용성면에서 크게 뒤떨어졌고이를 해결한 것이 추(錐)시계다.이는 이미 13 세기 회교도들이 개발,유럽에 기술을 전파한 것으로 14세기에 건립된 영국의사당의 빅벤(Big-Ben:당시에는 Big-Tom이라 불렀음)시계나 프랑스 파리의 종탑시계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시계들은 도르레로 추를 높이 감아올린 뒤 추가 떨어지려고하는 힘을 톱니바퀴에 전달,시침을 움직였다.이 시계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는 추가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떨어지도록 톱니에 걸쇠(팰릿.일명 脫進機)장치를 한 것이다.
이후 1583년 갈릴레이가 발견한 진자운동의 등시성(等時性:줄에 매달린 진자는 똑같은 시간간격을 가진다는 원리)을 이용,1656년 네덜란드의 수학자 호이겐스가 이를 걸쇠에 응용하면서기계시계는 비로소 분침.초침까지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림참조〉 또 추대신 태엽(1500년 독일인 헨라인이 발명)을 시계에 적용하는 방법과 소형탈진기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휴대용 기계시계도 등장했는데 초기것은 지름이 10㎝,두께가 7㎝에 달하기도 했다.
오리엔트시계 천광현(千光鉉)생산관리과장은 이와관련,『당시의 기계시계는 현재 사용되는 수동시계와도 근본적인 원리가 다르지 않을 정도로 획기적인 발명』이라며 『이 때문에 산업혁명이 가능했던 것은 증기기관이 아니라 인간에게 시간의 효율 성을 가져다준 기계시계라는 평가까지 있다』고 말했다.
***전자시계 추나 태엽대신 모터등을 사용하는 시계는 20세기초에 이미 등장했으나 단순히 전기를 동력원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전기시계」에 불과하고 최초의 전자시계는 지난 60년 美國의 브로社에 의해 개발됐다.이 시계는 소형 말굽쇠에 전류를 흘려 보낼 경우 발생하는 미세한 규칙적인 진동을 시계바늘에 전달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당시 트랜지스터.저항기.축전기등 다른 부품의 발전에 크게 힘입은 것이다.
70년대부터는 말굽쇠보다 더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는 수정을 진동자(1초에 10만번 진동)로 사용하면서 시계는 0.01초단위의 측정까지 가능해졌고 특히 진동을 액정화면에 숫자로 바로 표시하는 디지털방식으로 제조돼 시계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바늘 선호추세로 수정의 진동을 감속회로를 거쳐 바늘에 전달하는 이른바 아날로그 방식의 시계가 세계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삼국사기에 처음 나타난 물시계 기록을 시작으로 조선후기까지 물시계.해시계등이 주로 사용됐으며 중국문물의영향을 받은 실학자들에 의해 17세기부터 원시적인 형태의 기계시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국내의 본격적인 시계산업은 59년 오리엔트시계의 수입부품 조립판매를 통해 시작돼 현재 오리엔트.삼성시계.아남시계.한독시계.아동산업등을 중심으로 현재 60여개업체에서 연간 2천1백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하지만 시계의 보급확대 로 최근 들어선 시장이 정체돼 많은 기업이 해외수출등에 눈을 돌리고 있는상태다. 〈李孝浚기자〉 ***다음회는 「화장품」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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