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요한의나!리모델링] 남편 잃은 그녀는 씩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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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낙엽을 보면 너무 예뻐요. 그런데 지난해에는 왜 그렇게 나뭇잎 떨어지는 나무가 슬퍼 보였나 모르겠어요. 어찌나 안쓰러운지 내가 올라가서 그 낙엽을 하나하나 다시 붙여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올가을엔 나무를 보면 측은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새봄을 준비하는 희망이 느껴져요.”

얼마 전 상담했던 K씨(38세·여)의 이야기다. 같은 가을 나무가 왜 그렇게 달리 보였을까? 그녀에게 지난해 가을은 끔찍했다. 지난여름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두 딸과 장례를 치르고도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한동안 넋을 놓고 지냈다. 가을이 되자 뒤늦게 상실감과 원망스러운 마음이 밀려왔다. 그녀는 술과 약이 없으면 마음을 가라앉힐 수도,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 그러나 봄이 되면서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녀를 일으켜 세운 것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하지만 일어서면서 그녀는 오래 잊고 있었던 삶의 열정과 꿈을 깨워 냈다. 전공을 살려 주도적으로 창업을 하였고, 관련 분야의 공부를 하느라 아이들보다 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었다. 그녀는 지금 인생의 깊은 골짜기 하나를 지나 새로운 봉우리로 올라서는 중이다.

상담을 통해 나는 많은 불행을 만난다. 하지만 불행이라고 다 같은 불행이 아니다. 불행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자세에 따라 불행도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을 배웠다. 하나는 ‘내리막 불행’이다. 이는 분하고 슬퍼서 한없이 주저앉아 누군가를 원망하는 불행이다. 결국 불행은 또 다른 불행으로 이어져 삶은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오르막 불행’이다. 이는 같은 불행임에도 불구하고 그 불행 속에서 의미를 찾고 배움으로써 오히려 더 큰 성장으로 이어가는 불행이다. 삶이 빛나는 것은 이 ‘경이로운 불행’이 있기 때문 아닐까?

중독에서 벗어나고, 불안과 분노를 다스리고, 이별과 실패를 극복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그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주목한다.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그들은 불행과 고통이 자신의 무능함을 입증하는 근거가 아니라 내일의 영광을 위한 시련과 역경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들은 불행을 통해 비로소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큰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불행과 고통이 줄어들기를 소극적으로 바라는 사람들이 아니라 불행과 고통을 통해 삶을 적극적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다.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 AQ)를 개발한 경영 컨설턴트인 폴 스톨츠 박사는 1967년부터 역경을 잘 이겨 낸 사람들의 공통적 특성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역경을 맞아 자신과 타인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이 더욱 노력하면 역경을 헤쳐 나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인생은 산맥처럼 봉우리와 골짜기로 이어진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아지는 법! 그것이 인생이다. 사람은 공처럼 탱탱하다. 눌리면 다시 튀어 오르는 존재! 그것이 당신이다.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불행을 맞은 사람들에게

①오뚝이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다. 그것은 무게중심이 아주 낮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불행에서 배우려는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②삶을 펼쳐서 보라. 불행의 골짜기에 있으면 잡목에 가려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 법이다. 협곡에서 벗어나 눈을 감고 새가 되어 인생 전체를 보자. 지금까지 더 깊은 골짜기도 헤쳐 왔고, 시야가 탁 트인 봉우리도 거치지 않았는가.

③냉정한 현실과 희망찬 미래를 통합하자. 현실을 직시하되 원하는 미래가 이뤄진 것처럼 상상하자. 원하는 미래가 이뤄진 시점에서 과거가 돼 버린 오늘을 보며 어떤 일이 있었기에 목표가 이뤄졌는지 그 공백을 역으로 메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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