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연탄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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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연탄재’-이은봉(1953~ )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더니….
제 몸 허옇게 태워,
 
사람들 밥 짓다가 스러졌구나
 
부처님 마음으로
아직도 미아6동 산동네
 
온통 끌어 안고 있구나
한 토막 숯의 마음조차
죄 벗어 던진 채.


 
  검은 연탄으로 방을 데우고 밥을 익혔지. 얼어 드는 마음까지 더운 김이 오르면 연탄은 하얗게 늙어 이미 한 덩이 재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연탄 많이도 잡아먹었다. 그게 부처를 잡아먹은 것이구나. 그렇게 하얗게 소신공양 하고 싶지 않아? 연탄이 서로 붙어 떨어지지 않으면 푸르스름한 달밤 식칼로 내려치던 괴기한 동물적 시간 속에도 부처의 마음이 있었구나.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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