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매니저에게 묻는다 <25> ‘유리글로벌거래소주식’ 김용태 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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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자장면 제대로 먹으려면 당구장에 가라? 광고 문구만이 아니다. 정말 당구장에 손님이 많으면 옆에 있는 중국집 장사가 잘된단다. 또 도박장에서 돈 버는 건 ‘타짜’가 아니다. 하우스다.

이런 개념에 착안, 전 세계 거래소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리자산운용의 ‘유리글로벌거래소주식’ 펀드다. 자본주의를 하는 한 주식시장은 영원할 거고, 따라서 거래소도 망하지 않을 거라는 게 이 펀드의 신념이다. 이 펀드를 개발, 운용을 맡고 있는 김용태(40·사진) 해외투자팀장을 만났다.

-거래소 펀드를 정의한다면.

“거래소는 한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주가로 녹여진 거다.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종목이다. 이런 점에서 특정 테마나 섹터 펀드와는 다르다. 또 속된 말로 구전을 뜯는 사업은 망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워런 버핏이 말한 ‘프랜차이즈 밸류’가 있는 기업이다. 여러 지역에 분산 투자하는 만큼 중국펀드와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면 안 된다. 단기로 많이 먹겠다는 투자자라면 우리 펀드와는 안 맞을 거다.”

-장점이 뭔가.

“첫째, 투자 종목의 부도 위험이 없다. 둘째, 독과점적 수익 모델을 기반으로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셋째, 주가가 오르려면 모멘텀(상승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거래소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 수익이 기대된다. 넷째, 6개 대륙 15개 국가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낮췄다.”

-단점은.

“2005년 이후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거다. 앞으로도 오르겠지만 과거와 같은 급등을 기대해서는 안 될 거다.”

-증시가 약세로 돌아서면 거래량이 준다. 거래소들의 수익도 나빠지는 것 아닌가.

“과거에는 수익의 대부분이 주식 거래 수수료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선물·원자재·곡물·에너지·기후 등 수익원이 다양하다.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주요 투자 종목은.
 
“독일증권거래소 7%, 브라질증권거래소 6%, 런던증권거래소 5% 정도다. 한때는 홍콩증권거래소의 비중이 13%까지 됐었다. 투자 이후 160%나 올랐기 때문이다. 너무 올랐다 싶어 10월 말부터 비중을 줄였는데 결국 그 때문에 지난달 중국 증시 급락 여파를 덜 받게 됐다.”
 
-투자했다가 실패한 경우도 있나.
 
“소더비(경매회사)는 편입 후 30% 가까이 빠진 적도 있다. 약간 비쌀 때 산 데다 이후 그림시장이 고평가됐다는 진단이 퍼지면서 하루에 주가가 18% 급락하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편입 비중이 2% 수준에 불과해 다행이었다.”
 
-기대 수익률은.
 
“2003년부터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약 4년간 수익이 MSCI월드지수의 세 배를 웃돌았다. 올해 펀드를 출시할 때는 시장이 좋을 거라고 예상해 30∼40%로 봤다. 올해는 특별한 경우고, 보통 연 20% 내외라고 보면 된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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