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달아오른 ‘블로그 대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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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검찰이 BBK 관련 수사 결과를 내놓은 직후인 5일 정오. 인터넷상에선 블로거끼리 검찰 수사에 대한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블로그 전문 사이트인 올블로그에는 한 시간 남짓 만에 570여 건의 글이 올라 왔다. ‘검찰이 이 후보 뒤로 일렬종대로 섰다(온달왕자)’는 글도 있다. 이에 이명박 후보 지지 블로거들은 ‘이명박 BBK 무혐의 인정(김우석)’ 같은 글을 올리며 맞섰다. 대선 후보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도 뜨거워졌다. 이명박 후보 블로그에는 ‘마침내 진실이 승리했습니다’란 글이 올랐다. 정동영 후보 블로그에는 ‘저는 BBK를 취재한 기자였습니다’란 박영선 의원의 TV 지지 연설문 전문을 실었다. 블로그의 각 게시글에는 수십 건씩의 찬반 댓글이 붙었다.

대선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블로그 대선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블로거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일반인과 달리 정치 성향을 직접 노출한다. 또 이들은 인터넷을 뒤져 찾은 각종 자료를 들이대며 원고지 6~7매 분량의 글을 쏟아낸다. 매우 논리적이다. 정치 성향이 비슷한 블로거는 서로 뭉쳐 인터넷 여론을 만든다. 수십 자씩의 댓글을 다는 일반 네티즌보다 활동 반경이 넓다. 각 캠프는 이에 따라 ‘올해 대선 여론의 향방은 블로거들이 주도할 것’으로 보고 블로그 관리에 팔을 걷었다.

후보들은 이미 블로거와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서울 신촌이나 홍대 입구 등에서 블로거와 간담회도 한다. 이명박·정동영·권영길·문국현 후보 등이 이미 두세 차례씩 블로거와 만났다. 이때 블로거는 바닥 민심을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정동영 캠프의 정진화 인터넷팀장은 “블로거와 만나 생활 밀착형 공약도 개발한다”고 말했다.

대선 캠프들은 ‘블로그’ 홍보 경쟁도 한다. 정동영 후보 측은 “오래 전부터 정 후보가 직접 미니 블로그를 운영하며 블로거와 교류한 원조 블로거”라고 밝혔다. 후보의 비서나 홍보팀을 통해 블로그를 관리하는 후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후보 측 진성호 뉴미디어팀장은 “일찌감치 경제 블로거들과 교류를 해 왔다”며 “후보 중 가장 먼저 블로거와 만난 것도 이 후보”라고 말했다.

민노당 윤영태 미디어홍보위원회 실장은 “인터넷 실천단의 이름을 아예 ‘민블레(민노당을 지지하는 블로그 네트워크)’로 정했다”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 측의 김종기 인터넷팀장은 “‘블로거들의 마우스에 땀이 배도록 하자’가 우리팀의 슬로건”이라고 강조했다.

블로거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동영 후보 측은 이미 천정배 의원이 단장을 맡은 블로그 수호천사단을 발족해 ‘우군 블로거’를 늘리고 있다. 이명박 후보 측은 지난주 말 1000여 명의 적극적인 지지 블로거로 짜인 경제 메타 블로그를 오픈했다. 문국현 후보 측은 블로그 10만 개를 엮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장정훈 기자

◆블로그=웹(web) 로그(log)의 줄임말로 개인이 관심사에 따라 웹에 일기·칼럼·기사 등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1인 미디어. 블로거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을, 메타 블로그는 블로그가 모여 있는 집합체나 사이트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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