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구展 낙산갤러리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30여평의 공간.하얀 벽에 환한 조명.걸려있거나 혹은 놓여있는 여러 점의 작품들.이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보통 화랑에서의 보통 전람회 모습이다.
그런데 서울종로구동숭동 한 구석에 자리잡은 낙산 갤러리를 들어서면 보이는 작품이 하나도 없다.안이 들여다보일듯 말듯 엷게비치는 흰천만이 전면에 들어서있을 뿐이다.어렴풋이 안에서 불빛이 새어나오지만 무엇인지 알수없다.사람들은 궁금증으로 미로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흰천의 장막을 한겹 벗겨들어가면 또 한겹의 장막이 기다리고 있다.희미했던 불빛이 조금 선명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안개속에있다.더 궁금해져 이 장막마저 걷어낸다.
이제 우리 눈앞에 뚜렷이 드러나는 것은 동짓날 일출 빛이 비치는 토함산 석굴암(石窟庵)의 모습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석굴암이 아니라 석굴암에 태양이 비치는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나무로 만든 현대미술 작품이다.
아무런 설명없이 단순하게『윤동구 전(尹同求 展)』이라고 이름붙여져 관람객을 당황시키는 이 전시는 작가 윤동구씨가 일관되게추구해온 시간과 공간의 접점에서의 작업을 단적으로 보여주고있다.정지된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새롭게 창 조되는 작품,즉 시간.공간개념이 함께 들어있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이번 작품전에서도 잘 드러나있다.목조물 설치 작업 안에서 타고있는 금박입힌 초도 이런 개념을 전적으로 보여주고있다.
윤씨는 윤보선 전(前)대통령의 아들로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 입구에 설치한,물흐르는 반구 위를 한줄기 빛이 비추고있는 작품『창조(1993)』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던 작가다.이 전시는 18일 시작해서 다음달 11일까지 계속된다.(72 4)8148. 〈安惠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