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학교 불신 학부모 눈길끄는 '홈스쿨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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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학교에 좀처럼 적응을 못하는 초등학생 민주(가명)는 우울한 모습으로 학교에서 돌아왔다. 민주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고, 학교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버거워 했다. 민주의 엄마는 가족회의를 통해 민주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결심했으나, 동네 어른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불법이 아니냐며 만류하자, 민주의 부모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홈스쿨링은 불법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홈스쿨링으로 정식 학력을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법적 처벌을 받지도 않는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벌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홈스쿨링, 해외유학 등의 이유로 이미 입학한 아이가 제적될 경우에는 벌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 홈스쿨링 인구=그렇다면 국내에 홈스쿨링 가정은 얼마나 될까? 올해 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던 ‘한국 홈스쿨링 도입을 위한 간담회’에 따르면 그 학생 수만 600에서 1000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홈스쿨러 커뮤니티 ‘학교너머’ 운영자 김동준 씨는 “홈스쿨링을 문의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고, 실제로도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홈스쿨링은 국가가 인정하는 정식 교육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홈스쿨러 인구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홈스쿨링을 왜 하는 것 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학교에 다니지 않는 비재학생은 약 7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획일적인 학교교육을 불신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교 안에서부터 생기는 서열화, 권위주의 또한 학생들이 제도권 밖 교육을 선택하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홈스쿨러 정보공유=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정보공유 방법’과 ‘친구 사귀기’ 이다. ‘학교너머’는 홈스쿨링 부모들이 소모임 형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자체 교사들과 부모들이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며 지역 간 부모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소규모 자치단체들의 노력으로 홈스쿨링 가정끼리 소통과 정보공유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남한산 작은 학교,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대안교육연대 등 단체나, 인터넷 공간을 이용한 다양한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다.

홈스쿨러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민들레’에서는 소모임 형태의 수학교과모임, 말하기·쓰기 교과모임 등의 교과과정식 수업이 있다. 또한 퀼트, 목공 등 아이들이 직접 원하는 주제를 정하면 강사를 구해 수업하는 형식도 있다. ‘학교너머’에서는 한 달에 1~2번 정기적으로 인문학 캠프 · 토론캠프 · 예술 감수성 문화캠프(풍물,연극,탈춤,마당극,판토마임,힙합댄스) 등의 다양한 캠프가 열리고 있다. 캠프에서는 매달 평균 40~60명 정도가 모인다.

◇홈스쿨러 특징= ‘학교너머’의 운영자 김동준 씨는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은 전국에 골고루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학교너머’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다양한 지역에 골고루 편재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홈스쿨러들을 위한 단체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고, 상대적으로 지방은 홈스쿨링 관련 단체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며 지방거주자가 홈스쿨링을 할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학교너머’에는 본인이 원하면 어린 나이에도 참여하지만 주로 11~19세까지의 학생들이며,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 4학년에 해당하는 11세부터 14세까지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고 전했다.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의 부모는 어떤 사람들 일까? 대안교육연대의 간사 송영민씨에 따르면 홈스쿨링 가정의 부모가 특별히 고소득·고학력의 배경을 가진 가정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교사인 부모가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거나 홈스쿨링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또 386세대가 부모세대가 되면서 자신의 자녀에게 자본주의적인 가치보다는 사람답게 사는 교육을 생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386세대보다 더 아래 세대들은 학부모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대안교육과 함께 사회교육 적응 프로그램을 더하는 방식으로 홈스쿨링을 원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홈스쿨링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스스로 교육을 선택한다는 점에서는 장점이지만, 모든 분야에 코칭이 되지 않아, 극복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다양한 공부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대안교육연대 간사 송영민 씨는 “홈스쿨링을 시작할 때는 많이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 홈스쿨링 자체가 획일화된 교육방식은 없기 때문에 여러 가정의 사례를 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혼자서만 공부하는 독단을 피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고 덧붙였다.

유재은 명지대학교 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 산학협력으로 작성된 기사로 조인스닷컴의 입장과는 다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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