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치고 1위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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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시장 1위를 삼성에서 빼앗아올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다."

닛케이(日本經濟)산업신문은 최근 일본 반도체업체의 한 간부의 발언을 인용, "비자금 파문으로 삼성이 '경영 공백'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다른 반도체시장 분석가를 인용해 "신제품 교체시기가 빠른 반도체 특성상 투자 지연은 치명적 손실은 물론 국제경쟁에서 밀려나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번 사태를 통해 일본 반도체업계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반도체업체 한 관계자는 "(삼성을 뺀) 주요 반도체 회사들이 큰 폭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삼성의 투자가 지연되면 D램 반도체 수급이 일시적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가격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추격을 위한 연합전선을 형성한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상대방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혼네(本音.속마음)'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 조사회사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D램의 경우 삼성전자가 올 7~9월 세계시장 점유율 27.7%로 1위를 차지했다. 현재 D램은 공급과잉 상태로 일부 주력 제품은 개당 0.8~0.9달러로 6년 만에 1달러를 밑돌고 있다.

일본에서 '삼성 때리기'는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일본 오마이뉴스는 "삼성이 흔들리는 것으로 끝날까. 완전히 붕괴될까. 일본도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일본 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타(赤旗)는 "김용철 변호사가 1970년대부터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이끌어온 종교단체와 함께 삼성의 정치자금 의혹을 폭로했다"고 전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지난달 삼성전자가 일본 가전제품 시장에서 일부 철수하자 "싸구려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깎아내린 바 있다.

삼성에 대한 허위 주장이 담긴 책도 나돌고 있다. '한국 경제 알고 보면 위험하다'라는 책은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영업이익의 87.2%를 올리고, 해외는 12.8%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해외시장에서 싸게 팔면서 국내 시장에서 이익을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과는 정반대로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다. 4쇄를 돌파한 이 책은 한글 번역까지 추진되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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