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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설 인증’ 전국으로 확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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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나라의 어린이집, 즉 보육시설은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면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전국 보육시설 수가 1990년 1919개에서 지난해 말에는 2만8367개로 무려 15배 이상 늘었다. 보육 아동 수는 1990년 4만8000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정부는 모든 아동은 주변 상황과 관계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안정적인 자녀양육을 지원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육정책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정부 보육정책은 보육시설의 양적 팽창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곳곳에서 보육시설 운영 부실과 영·유아 안전 문제 등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보육시설의 질적 향상을 위해 2004년 영·유아보육법을 전면 개정하고, 평가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보육시설 평가인증이란 보육환경, 운영관리, 보육 과정, 건강과 영양, 안전 등 영역별로 지표를 정해 향상시키자는 제도다. 그래서 보육시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보육시설장과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부모들에게 보육서비스 정보를 제공하고, 보육 현장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보육계는 시행 초기 난항을 겪었다. 평가인증으로 인해 보육시설에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되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보육시설의 비용 부담, 교사 이직 및 부족, 교사 업무 증가 등이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인식이 높아져 올 8월 현재 전체의 32%인 9400여 개 시설이 평가인증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평가인증에 참여한 보육교사와 보육시설장들의 평가를 통해 평가인증이 보육시설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개인적인 성장을 경험했고, 전문직으로서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아동들의 요구에 보다 민감해졌으며, 이것이 아동 중심 보육을 완성하는 단초라는 것도 깨닫게 됐다.

모든 보육시설이 평가인증에 참여해야 하며, 인증시설에서 아동이 보육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도 아동에게 양질의 보호와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모든 아동이 평가인증 시설에 다니기 위해선 어른들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보육원이 평가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정부·부모와 다른 관련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모든 보육시설이 평가인증을 받도록 정부는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개발해 공급하고, 참여자들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정부 센터가 없는 지역의 조력 방법도 개발해 제공하는 등 방법의 다변화도 꾀해야 한다. 영·유아 교육은 조기 교육의 중요한 통로이자 인적 자본에 대한 국가의 투자다. 인적 자본에 대한 국가 투자의 맥락에서 평가인증이 확대돼야 한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교수·보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