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드라이브>강원 하진부서 정선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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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정말 산이 많구나.우리나라에는 도대체 이름없는 산들이 몇개나 될까…」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서에서 동으로 달리다 강원도평창군진부면 하진부(서울기점 1백90㎞지점)에서 남쪽으로 핸들을꺾으면 강원도의 산세가 어떠한지를 확연하게 보게 된다.하진부에서 정선까지 40여㎞에 이르는 405번 지방도를 달리다 보 면마치 산이 강물과 달리기 내기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왕복 2차선으로 매끈하게 다듬어진 이 길은 마치 갈곳이 있는양 분주히 흐르는 맑은 냇물(오대천)과 처음부터 끝까지 짝을 이뤄 달린다.
내와 산 사이로 굽이굽이 난 좁은 길을 춤추듯 리드미컬한 템포로 달리다 보면 불현듯 앞을 가로막은 듯 보이는 산 사이로 숨어있는 길을 만나고 이제 지쳐 끊어졌나 하면 어느새 산을 앞질러 저만치 도란거리며 흐르는 냇물과 만날 수 있 는 길.
주마등처럼 지나는 주변경관을 놓치기 아까워 몇번씩 길가에 차를 세우게 된다.
바닥이 손에 닿을 듯 투명하게 들여다 보이는 냇가에는 조약돌이 잔잔하게 깔려있고 냇물 건너 산허리에는 아득한 옛날 주인이떠나버려 곧 무너져 내릴 것같은 초막들이 이곳이 「한국 최고의오지」로 가는 길목임을 알려주는 듯하다.
내에 산그림자가 한폭의 수채화처럼 잠겨 있고 물속 파란 하늘의 구름은 물과 함께 흘러간다.
길옆 풀섶에는 누군가 씨앗을 뿌리고 수확할 생각이 없는듯 내버려둔 호박과 고추가 시름없이 시들어가고 있다.
산맥을 이루며 이름없이 살고 있는 산들의 등뼈를 타고 행진하는 소리 낮은 황갈색의 단풍들은 마치 거대한 동물의 갈기를 연상케 해 살아서 길가로 달려 내려오는 느낌을 준다.
외진 길에 이따금 차만 달릴 뿐 도통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길옆에는 손바닥만한 「민박안내」나무판이 서 있어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가끔 날이 저무는지도 모르고 산길에 취해 걷다 난감해 하는 여행객들에게 방을 내주겠다는 배려처럼 여겨져 따뜻한 온정이 스며든다. 「감자바위」강원도를 남북으로 달려 정선으로 가는 길은미지의 자연을 만나러 가는 얼마 남지 않은 길 중의 하나다.
〈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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