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12.12반란자의 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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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은 12.12를 반란으로 규정했다.다만 그 주역들을 기소하지는 않았다.국가 발전의 공로를 참작했기 때문이란 이유에서였다.12.12주역인 민자당 허화평(許和平.포항)의원이 8일 그같은 검찰의 태도를 비난하고 나섰다.검찰도 과거 반란자들의 정권을 유지하는데 봉사하지 않았느냐는 논리였다.그는 정치권도 비난했다.민자당은 반란자들의 정당인 민정당이 주체가 된 정당 아니냐는 물음이었다.그는 민주당도 비난했다.화해를 내세우며 김일성(金日成)조문을 제의한 정당이 민주 당임을 적시했다.「단죄」와「화해」의 기준을 물은 것이다.
얼핏 들으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그가 적시한 것들은 모두가「사실」이다.그러나 그는「진실」을 외면했다.12.12는 분명히 반란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그러나 그는 그후에 벌어진 사실로 진실을 덮었다.그런다고 진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 다.許의원은12.12가 6공에서 무혐의 처리된 사건임을 강조했다.그런데 검찰이 이제와서 유죄결론을 내린 것을 비난했다.정승화(鄭昇和)씨의 내란방조라는「원죄」는 간과했다는 주장이었다.물론 許의원 지적대로 검찰의 일관성에는 문제가 있 다.그러나 그같은 지적은앞뒤가 잘못됐다.국민들은 6공의 검찰을 비난해야한다고 믿고 있다. 許의원은 12.12당시의 무지막지한 현실을 보고 좌절을 느꼈던 이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상처를 보상해야될 사람이다.그런 그가 검찰 결정의 모순을 지적한 것은 그야말로 모순이다.
그들의 집권으로 역사는 거꾸로 흘러갔다.그러나 부끄럽지만 그것도 역사일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검찰의 결정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그러한 현실을 오히려 감사히 생각해야 할 사람들이 그 현실역사라는 지푸라기를 붙잡고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자세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오히려 역사앞에 겸허하게 조용히 있는 것이 국민의 과거 상처를 그나마 씻어주는 자세라는 것을 알았으면좋겠다. 사람은 자신의 논리에 몰입하면 헤어나지 못한다.
특히 12.12 주역들은 한동아리로 몰려 다니니 자신들 간의논리가 마치 진실인양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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