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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날 치러질 영천시장 재선거 후보 6명 모두 무소속 ‘막판 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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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영천시장 재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의 선전벽보가 게시된 영천시 망정동 주택가에서 주민들이 선전벽보를 보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영천은 지금 다른 지역보다 선거 벽보가 더 길게 붙어 있다.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와 시장 재선거가 함께 치러지기 때문이다.

 영천시는 1995년 이후 민선 시장이 모두 선거법 위반 등으로 불명예 중도 하차했다. 이번이 세번째다. 그래서 시민들은 “시장을 다시 뽑으면 뭐하냐”고 체념하면서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공명선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 재선거엔 후보 6명이 출마했다. 모두 정당이 없는 무소속이다. 그동안 영천에서 제1당을 지켜 온 한나라당이 유례없이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한나라당이 지난 4·25 재보선 패배 뒤 ‘당 소속 선출직의 비리로 선거를 다시 치를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규정한 당규 때문이다. 그래서 출마자 6명이 모두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입후보했다. 공천이 곧 당선이던 한나라당의 프리미엄이 사라진 셈이다.

 정희수 국회의원(영천·한나라당)은 “이견은 있었지만 무공천이란 당의 결정을 따랐다”며 “당원들에게 이번 시장 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당원들에게 두 차례나 보냈다.

 그래서 선거전은 초반부터 혼전 양상이다. 영천 시민신문은 지난달 22일 1049명을 상대로 시장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선 김영석·이병진·이성희 후보가 지지율 15.5∼19.0%로 선두 경쟁을 벌였다. 이어 30일 조사에선 1∼3위의 격차가 1.4%포인트로 더 좁혀졌고 순서도 뒤바꼈다. 초접전이다.

 K후보는 “정당 무공천으로 출마자가 많아져 씨족 대결을 부추긴다”며 “결과적으로 분열을 조장하는 혼탁선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당 후보가 사라지면서 이번 선거는 개인의 자질과 능력 못지 않게 혈연과 지연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저마다 화합·발전 내세워=후보들은 시장의 잇따른 낙마로 시정(市政)의 연속성이 떨어져 영천이 낙후됐다며 저마다 영천 발전을 약속하고 있다. 김영석 후보는 “중앙의 폭 넓은 인맥을 활용해 기업을 유치하고 명문고 육성 등 교육 여건 개선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특히 “군부대 철수 등 재배치를 통해 유휴 부지에 산업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일 후보는 영천에서 새마을운동 조직을 10년간 끌어 왔다. 그는 “흐트러진 민심을 규합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주민 가까이 봉사로 다가가 화합과 단결에 기여하겠다”고 호소했다. 시장은 청렴성과 도덕성·추진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약사 출신인 김준호 후보는 “잦은 재·보궐 선거로 골이 깊게 패인 민심을 봉합하기 위해 나섰다”며 “화합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서부동을 근거지로 시의원 재선에 도의원도 한 차례 지냈다. 김 후보는 지역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시가 앞장서 우수 교사를 확보하고 장학기금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교육 문제를 학교에만 맡겨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영환 후보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영천을 발전시킬 적임자”라며 “놀리고 있는 역 앞 공병대 부지를 매입, 개발해 영천의 새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공병대 부지에 아파트·문예회관·영천광장 등을 지어 영천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병진 후보는 “영천 발전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출마했다”며 “깨끗한 시장으로 신바람 영천, 잘사는 영천, 희망 영천을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경력을 보면 유권자들이 점수를 후하게 주지 않겠느냐”며 지지를 기대했다.

 이성희 후보는 중소기업중앙회 홍보실장과 개성공단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경력을 내세우며 영천 경제 살리기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중앙에 발이 넓다”며 “중소기업 대신 대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도 늘리고 인구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도청 유치도 공약으로 덧붙였다.

송의호·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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