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남북經協-북한경제 자본.기술 긴급輸血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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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의 경제는 80년대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외부의 자본과 기술 도입에 따른 긴급수혈이 절실한 실정이라는 게 북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북한의 국민총생산(GNP) 추계자료에 따르면 북한경제는 90년 이후 지난해 까지 4년째 마이너스 성장을기록했다.
87년 시작돼 지난해 끝난 3차 7개년 계획기간 동안 평균성장률이 10%에도 못미치는 연평균 5.6% 성장에 그쳐 북한당국 스스로 『실패했다』고 실토했다.
북한의 경제가 이처럼 침체일로를 걷게된 것은 90년대초 주요경협 파트너 였던 舊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며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됐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은 지난 47년 첫 경제계획을 실시한 이래 87년 시작된3차 7개년 계획까지 모두 9차례의 경제계획을 추진해 오는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최고 49.9%(47~49년)에서 점차 떨어지면서도 계속 10%대를 넘겨왔다.
특히 60년대말까지는 경제발전 속도에서 남한을 앞질렀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방만하게 도입된 차관이 외채문제로 이어져 선진기술도입에 한계가 발생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에너지.
수송등 사회간접자본 부문에 문제가 발생,공업생산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게다가 중공업위주의 계획경제와 막대한 군사비 부담이 경제의 구조적인 한계로 작용했다.북한은 이같은 경제침체를 합영법 제정등 대외무역과 경협을 확대해 극복하고자 했지만 사회주의권 붕괴라는 국제질서 재편앞에 파산상태로 치닫게 된 것이 다.
기존의 사회주의국가들이 체제를 전환하며 무역협정을 폐기해 사회주의권으로의 수출은 감소한 반면 자본주의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은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수출 감소는 수입감소로 이어졌고 93년의 무역규모는 89년에 비해 약45 %나 줄어든24억달러에 불과했다.
수입은 특히 원유등 원자재와 기계류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이들 품목의 공급감소로 공장가동률도 낮아져 산업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엎친데 덮친격으로 냉해(冷害)까지 겹쳐 극심한 식량난이 경제의 발목을 잡아 버린 것이다.
북한주민들이 실제 겪는 생활고는 수치상의 경제난보다 훨씬 심각하다는게 귀순자및 북한방문자들의 증언이다.특히「흰 쌀밥과 고깃국」선전과는 달리 주민들은 식량난에 굶주리고 있다고 한다.
국내전문가들은 북한의 올해 쌀 수확 역시 예년 보다 30%정도 감소된 것으로 추정,내년까지 2백50만t의 곡물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식량과 소비재 부족사태는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불안요소가 될뿐 아니라 주민들의 생산의욕을 떨어뜨려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만큼 한국을 포함한 외국의 자본과 기술에 대한 욕구는 강렬 하다고 볼수있다. 〈崔相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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