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죄 판단하고 판사와 형량도 토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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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06면

일러스트=강일구

2008년 1월 어느 날.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 부장에게 배심원선정기일 통지서 한 장이 배달됐다. “이게 뭐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배심원 후보자가 된 김 부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배심원으로 뽑힌다면

배심원 선정 단계
일단 선정기일 통지서에 동봉된 질문표에 내용을 정확히 기재해서 정해진 기간까지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질문표는 가족관계, 고용관계, 범죄피해 경험, 소송경험 등을 물어 불공평한 판단을 할 우려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만 70세 이상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돼 재판이 끝나지 않은 경우 ▶부득이한 사유로 배심원을 하기 어려운 경우 등 결격 사유가 있으면 체크해서 보낸다.

배심원이 될 수 없는 일정한 사유가 있거나 예비군 훈련이나 중병, 장애 등을 이유로 배심원 직무를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사유를 적어 불출석사유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 법원은 그 사유를 심사해 배심원으로 부적합한 사람은 출석통지를 취소한다.

이어 배심원 후보자로 선정된 사실을 회사에 곧바로 알려 회사 업무에 차질 없이 법원에 출석할 수 있도록 해놓는다. 자영업 종사자, 육아나 노인 부양을 하는 사람은 미리 대체인력을 구해 놓는다.

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배심원을 선정하는 날 출석하지 않으면 과태료(200만원 이하)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선정기일에 출석하면 배심원 대기실에서 배심원 안내 비디오를 시청한 후 선정절차에 들어간다.

판사, 검사, 변호인은 공정한 배심원을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하는데, 배심원 후보자는 사실대로 답변해야 한다. 질문이 끝난 뒤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재판에 참여하게 되고, 배심원으로 선정되지 않은 사람은 귀가한다. 배심원으로 선정되지 않은 사람도 일당(5만원가량)을 받는다.

공판 단계
배심원이 귀가했다 다시 법원에 오는 불편을 덜기 위해 통상 배심원 선정이 끝나면 곧바로 법정 심리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오전에 배심원 선정을 마치면 배심원은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뒤 오후부터 재판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재판이 시작되면 배심원은 공정한 직무수행을 다짐하는 선서를 한다.

이어 재판장에게서 재판 절차와 배심원 역할과 배심원 유의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재판의 전 과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특히 재판장이 설명해 주는 사항은 중요하므로 주의 깊게 듣고 기억한 후 평의에 참고해야 한다.

배심원은 검사와 변호인의 최초 진술을 통해 사건의 쟁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어지는 증거조사 절차에서 증인의 진술을 듣고 증거물을 본다. 배심원은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심리에 최대한 집중해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한지 따져 보아야 한다. 배심원은 피고인이나 증인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신문해줄 것을 재판장에게 요청할 수 있고,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필기를 해서 평의 때 사용할 수 있으나 필기한 내용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배심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대부분 2~3일 안에 재판을 마친다. 재판이 하루 이상 걸리는 경우 배심원은 일단 귀가했다가 다음 재판이 열리는 날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배심원이 모두 출석해야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배심원은 정해진 시간에 나와야 하고, 재판장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배심원 의무를 위반하면 배심원 자격을 잃을 수 있다. 검사와 변호인의 최종 의견진술이 끝나면 재판장은 배심원에게 공소사실과 적용법조, 피고인·변호인의 주장 요지, 증거 요지를 설명한다.
 
평의 단계
배심원이 평의실에 들어가면 먼저 배심원 대표를 정한다. 배심원 대표는 평의를 이끌어 나가고 평결 결과를 집계해 평결서를 작성한다. 모든 배심원은 평의에 참가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도 밝혀 토의에 참여 한다.

배심원은 먼저 유·무죄에 관하여 평의를 진행하는데, 과반수 요청으로 재판을 진행한 판사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평의 결과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면 만장일치로 평결한다. 만약 유·무죄를 놓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반드시 재판을 진행한 판사의 의견을 들은 다음 평결하는데, 이때 다수결의 방법으로 평결할 수 있다. 판사는 평결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유죄 평결이 내려지면 재판을 진행한 판사가 배심원과 함께 형량을 토의한다.
 
선고 단계
재판부는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 및 형량 의견을 최대한 참고해 판결을 선고한다. 평결 직후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배심원은 평의실에서 법정으로 돌아와 판결 선고를 지켜볼 수 있다. 선고가 끝나면 배심원의 임무를 모두 마치게 된다. 재판이 끝나면 배심원은 일당(하루 10만원가량)을 지급받고 귀가한 다. 배심원은 재판이 끝난 후에도 평의에 관한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얘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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