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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건전레저 도시로 탈바꿈 현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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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라스베이거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라스베이거스(미국 네바다州)는 도박과 환락의 밤만을 팔지 않는다.오히려 가족관광과 건전레저가 최근 라스베이거스의 주된 상품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라스베이거스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이같은 변신은 뜻밖에 대성공을 거두는 중이어서 불황에 허덕이는 세계관광.호텔업계로부터 놀라움을 사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92년 1백53만명에 그친21세 미만의 방문관광객이 93년 1백86만명으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는 지난 8월 이미 2백20만명을 넘어서 청소년층과 유년층의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도박손님이 아닌 가족관광객의 증가를 나타내는 이같은 수치는 개관초부터 불황타개를 위해 아예 가족단위 쪽으로 과감히 마케팅전략을 바꾼 일부 대형호텔들의 영업전략과 전통적으로 가정을 중시해 온 미국인들의 생활패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 으로 분석된다. 지난 1년 사이 개관한 럭서.트레저 아일랜드.MGM그랜드등3개 호텔이 이같은 패밀리형 호텔의 대표격.
이들 트로이카는 모두▲2천5백~5천실의 객실을 갖춘 초대형 규모로 새롭게 개장했다는 점 외에도▲라스베이거스의 신시가지격인라스베이거스 불버드거리 주변에 밀집,도시의 이미지를 일신중이며▲호텔마다 독립적인 주제공원(테마파크)을 갖추고 설계에서 객실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일관적인 주제를 부여해 주제형 호텔을 구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커스 엔터프라이즈사가 3억7천5백만달러(한화 약3천억원)를들여 지난해 10월 개장한 럭서호텔(2천5백실)의 주제는 고대이집트와 피라밋이다.
30층 높이의 삼각형건물은 외관부터 고대 파라오인 투탕카멘왕의 피라밋을 빼박은 듯 닮았으며 내부에 들어서면 거대한 10층높이의 스핑크스가 사람을 압도하는 가운데 호텔 곳곳에 모조 나일강이 흐르고 있다.
호텔 승강기도 피라밋 경사에 맞도록 45도 각도로 각층을 오르내려 색다른 느낌을 주며 입체영화와 아이맥스영화 등을 보여주는 가족용 실내 엔터테인먼트공간을 따로 갖췄다.
MGM 그랜드호텔은 동화를 주제로 세계 최대(5천실)의 호텔왕국을 꾸며냈다.1층 한가운데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에메랄드성이 광채를 띠고 있으며 객실마다 도로시.양철인형 등 「오즈」의 동화적 캐릭터가 장식돼 어린이들을 즐겁게 한다.정문앞에30m높이로 버티고 앉은 사자 역시 「오즈」의 캐릭터며 볼펜 등 기념품색깔조차 에메랄드색을 띤다.
가끔 영화 「카사블랑카」등 할리우드풍의 장식도 눈에 띄는데 이는 물론 「어른들의 동화」다.
MGM 그랜드는 객실수뿐 아니라 대지 1백12a,총공사비 10억달러,문 1만8천개,엘리베이터 93개 등의 기록으로도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 곳의 자랑은 무엇보다 주제공원인 「그랜드 어드벤처」다. 미국의 대표적 주제공원인 매직마운틴의 스릴과 디즈니랜드의 아기자기함을 한데 모았다는 평을 듣는 「그랜드 어드벤처」는실내 롤러코스터인 「라이트닝 볼트」를 비롯한 7개의 첨단 탑승놀이시설과 4곳의 대형극장,8곳의 주제구역으로 나누어 져 라스베이거스의 새 가족명소로 환영받는다(입장료 어른 19달러,어린이 14달러).
이밖에 트레저 아일랜드(2천9백실)는 스티븐슨의 소설인 「보물섬」과 해적을,엑스칼리버 호텔(1천2백실)은 영국 아서왕의 전설과 중세기사 이야기를 각각 주제화해 가족고객들을 끌어모으는중이다. ***꿩먹고 알먹자는 영업전략 그러나 라스베이거스가 탈바꿈하고 있다 해서 「가족만」을 내세우는것은 아니다.
MGM 그랜드호텔이 3천5백대의 슬롯머신과 1백65개의 카지노 테이블을 보유하고 있는 등 이곳은 여전히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지상 최대의 「노름천국」이다.
지난 5월 1박에 최저 39달러를 받던 트레저 아일랜드호텔이방값을 25%(1박 최저 49달러)기습 인상하는 등 라스베이거스의 특급호텔들은 일제히 요금을 10~25%씩 인상했다.
음식과 방은 거저 주더라도 도박에서 생기는 이윤으로 모든 것을 상쇄한다는 지난날 라스베이거스의 원칙이 이제는 도박이윤과 관광수입을 모두 챙기겠다는 「꿩먹고 알먹고」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네바다주립대(UNLA)의 빌 모이어교수(관광학)는『세계최고의 도박도시인 라스베이거스가 가족고객을 겨냥하는 것은 일종의 영업다변화』라며『앞으로 가족고객 유치야말로 수익신장의 노른자분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스베이거스=林容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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