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 어제 7개 항의 합의문을 채택하고 끝났다. 남북 경협을 위한 군사적 보장조치를 차기 장성급 회담에서 서명하고, 6·25 전사자 유해를 공동 발굴키로 하는 등 의미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공동어로수역 설정에는 북한의 무리한 요구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시종일관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무력화에 온 힘을 기울였다. 공동어로수역이라면 NLL을 중심으로 남·북 측 수역에 설치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당연하다. 그러나 북측은 이를 NLL 남쪽에만 설치하자고 고집했다. 이렇게 될 경우 이곳에서 조업할 북측 어선의 출입 통제 등을 둘러싸고 NLL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기 때문이다.
NLL과 관련한 이런 진통은 남북관계가 사회·경제적으로는 아무리 진전이 있어도 군사적 측면에선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북측은 이번에 NLL에 대한 남측의 입장이 얼마나 확고한지 실감했을 것이다. 다음 회담 때는 NLL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접기 바란다. 이 정권도 ‘NLL이 영토선은 아니다’는 등 엉뚱한 소리는 더 이상 내지 말라.
남북 군사 당국자 간 대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한반도에서의 진정한 평화는 군사적 대치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남북이 이번에 군사적 긴장완화를 추진할 기구인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에 견해를 같이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내년에 3차 국방장관 회담을 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제대로 시행될 수 있느냐다. 남북은 이미 1992년 이런 위원회를 구성, 군사 당국자 간 직통전화를 개설하는 등 각종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에 합의했으나 용두사미로 그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각종 합의 내용이 착실히 이행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는 데 최선의 방안인 6·25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