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각>제2외국어 주당 1시간수업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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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소식에 의하면 96년도부터 채택될 예정인 제6차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거의 결정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그런데 그 교육과정에는 관심있는 이들 이외에는 대부분이 아직 모르고 있는 우스꽝스런 개악적 사항이 하나 포함돼 있다.현행 제5차 교육과정에서 그나마 10단위로 책정돼 있는 제2외국어가 6단위로 줄어들게 돼있는 것이다.바꿔 말해 주당 수업시간이 2시간에서 1시간으로준다는 것이다.우리들이 외국어를 공부한 기억,또는 현재 공부하고 있는 여건에 비춰보면 주당 1시 간 수업의 외국어 공부가 어떤 효용이 있을지 너무나 쉽게 상상할 수 있다.주당 1시간 수업의 외국어 공부란 거의 완전한 시간낭비.그러므로 안하느니만못한 것이라고 외국어 공부를 해본 이라면 누구나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제6차 교육과정의 목표중 하나로「국제화 시대에 대응하는 제2외국어 교육의 강화」가 명시돼 있고 그래서 러시아어처럼새 교육과정에 제2외국어로 추가된 과목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과위의 몰(沒)교육적인 제2외국어 시간 배당의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교육과정 자체에도 모순이 내재해 있다.외국어마다 가르쳐야 할일정수의 기본 어휘가 부과돼 있는데,제2외국어의 경우 기실 그어휘의 습득은 12단위에서야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교육 외적인 큰 문제 하나가 또 대두된다.그것은 현행10단위에서 6단위로 줄어드는 제2외국어 교사들의 과원(過員)문제다.통계에 의하면 새 교육과정 아래에서는 제2외국어 교사들의 40%가 필요없게 된다고 한다.
사립학교의 경우 그들은 감원 대상이 되기 쉬울 터이고,공립학교의 경우는 교육부가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내가 인연이 있는 프랑스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하자.
프랑스도 제1,제2외국어를 가르친다.그러나 우선 제1외국어가확정돼 있지 않고,영어를 위시해 일본어에 이르기까지 교육부가 제의하는 14개국어에서 학생 스스로 제1,제2외국어를 선택하면된다. 다음,인문계의 경우 제2외국어도 필수로 돼 있다(우리의제6차 교육과정에서는 선택).
프랑스는 인문계가 문학계와 경제.사회계로 나뉘어 있는데 문학계에서는 학생이 원하면 제3외국어까지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주당 시간수를 볼때 문학계열의 경우 제1외국어는 졸업반이외엔 4시간,졸업반은 3시간인데,졸업반 학생이 원할때에는 3시간의 보강수업을 받을 수 있다.그리고 제2외국어는 3시간이다.경제.사회계는 제1,제2외국어 똑같이 3시간이고 자연계도 마찬가지다.
이상에서 알수 있듯 프랑스에서 제2외국어는 인문계에서는 필수이고 자연계에서는 선택이지만 어디에서고 주당 3시간이다.
특별히 인문계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학수능시험에 해당되는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고사)에 제2외국어가 들어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우리나라에서도 대학수능시험에 제2외국어가 들어가 있다면 제2외국어의 상황이 이토록 척박해지지는 않았 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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