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모두 우승 후보 … 코트에 ‘지진’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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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배구장에 이제 ‘백구(白球)’는 없다. 빨간색·노란색이 뒤섞인 ‘색구’만 있다. 그래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여전히 ‘백구의 계절’을 떠올린다. 2007~2008시즌 프로배구 V-리그가 다음 달 1일 남자부 ‘전통의 라이벌’ 현대캐피탈-삼성화재의 개막전과 함께 5개월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올 시즌 프로배구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프로 원년인 2005시즌부터 세 시즌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팀도, 선수도 아닌 사령탑이었다. ‘코트의 제갈공명’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과 ‘황금의 손’ 김호철 감독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이들이 있었기에 두 팀의 우승이 가능했다.

하지만 네 번째 시즌을 맞은 프로배구는 ‘감독의 배구’에서 ‘선수의 배구’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난달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에서 만년 3, 4위 팀 대한항공과 LIG가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본지가 방송해설자, 대학감독, 배구계 인사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우승 후보는 이들 두 팀이었다.

분야별 평가를 보면 두 팀은 ‘감독’ 분야에서는 현대캐피탈·삼성화재에 밀리지만 ‘공격’ 분야에서는 현대캐피탈·삼성화재를 압도한다. 막강한 좌우 날개가 이들을 우승 후보로 바꿔 놓았다.

 지난 4년간 대한항공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장광균·신영수·강동진·김학민 등 대학의 알짜배기 공격수를 쓸어 담았다. 다른 팀에서라면 주전을 꿰차고도 남을 선수들이다. ‘현역 최고 공격수’ 이경수를 보유한 LIG는 올해 드래프트에서 ‘차세대 최고 공격수’ 김요한을 뽑았다. LIG는 기예르모 팔라스카(스페인)라는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까지 갖췄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수혈에 실패한 데 이어 재활 중인 라이트 박철우의 복귀도 요원하다. 삼성화재는 김세진·신진식 등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팀들 간에 전력 보강의 차이가 너무 크다. 남자배구는 이제 공격으로 승부하는 시대다.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도 공격력이 떨어지는 팀으로는 장기 레이스에서 이길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자부도 예외가 아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황연주 두 거포의 활약으로 2년 연속 우승을 일궈냈다.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도 못 올라간 GS칼텍스가 기존의 김민지·나혜원에 정대영·배유나를 보강하면서 일약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끈끈한 ‘수비의 배구’가 폭발적인 ‘공격의 배구’에 자리를 내주는 것은 남녀가 다르지 않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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