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끝나도 세계는 '교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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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냉전 종식 이후에도 세계는 여전히 '교전 중'이다. 눈앞의 적뿐 아니라 가상의 적 때문에 한시도 마음 놓을 겨를이 없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인터넷판은 27일 중국.미국.남아공.베네수엘라.인도의 경우 오히려 냉전 이후에 큰 폭으로 군비를 증강한 대표적 사례라며 그 면면을 소개했다.

세계 최대의 무기수입국인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구축함.잠수함을 구입한 것을 포함해 2002~2006년 146억 달러(약 13조5619억원)어치의 무기를 사들였다.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을 자체 개발 중이기도 하다. 그 결과 2001년부터 5년 새 국방 예산이 126%나 늘었다. 이 추세라면 2020년께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 병력을 보유하게 된다. 최근 거침없이 독립을 주창하는 대만을 견제하는 게 중국 군이 몸집 불리기에 나선 주요 이유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불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으로만 9.11 이후 6100억 달러(약 566조6290억원)가 들었다. 게다가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 차세대 항공모함이나 무인항공기 등 첨단 군사기술 개발에도 만만찮은 돈이 들어간다. 2010년까지 미군 병력을 7만4000명 늘리는 데도 해마다 26억 달러(약 2조4151억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사하라 이남 지역의 최대 경제대국인 남아공도 군사 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국방 예산을 많이 늘렸다. 2001~2005년 새 증가폭이 102%나 된다. 아프리카연합(AU)이 분쟁지역에 평화유지군을 급파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할 심산이다. 현재 남아공 평화유지군은 콩고.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다르푸르에 배치돼 있다.

남미의 대표적 반미 국가인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칼라시니코프 소총 10만 정, 전투기 24대, 헬리콥터 35대를 사들인 것을 비롯 2005~2007년 40억 달러(약 3조7156억원)어치의 무기를 구입했다.

인도는 2002년부터 5년 새 100억 달러(약 9조2890억원)를 무기 수입에 썼다. 중국에 이어 2위다. 정규군 130만 명 외에 110만 명의 예비군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파키스탄과의 분쟁, 중국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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