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실소유주 실체 근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경준(41.구속)씨가 검찰에 제출한 한글 이면계약서에 찍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명의의 도장이 LKe뱅크에서 실제 사용된 업무용 도장이라는 감정 결과가 28일 나왔다.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이 BBK 주식매매계약서(2000년 2월 21일자)에 찍힌 도장과 LKe뱅크가 2000년 6월 1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e뱅크증권중개 설립신청서의 이 후보 도장을 비교한 결과 동일하다고 판정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도장 감정으로 계약서의 진위가 결론난 것은 아니다"라며 "종이 재질과 활자체(폰트) 분석을 통해 계약서의 작성 시점을 밝히는 문서감정을(추가로) 벌이고 있고 계약서 내용에 대한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서류에 찍힌 도장은 LKe뱅크 공동대표였던 김경준씨가 따로 만들어 부인 이보라씨에게 맡긴 것"이라며 "계약서 내용 자체가 날조"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특수1부장)은 계약서 내용대로 2000년 2월 21일 이후 BBK 주식 61만 주를 49억9999만5000원에 파는 거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자금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인 'BBK 실소유주가 누구인가'에 대해 BBK 설립(1999년 4월) 이후 자금 추적을 통해 어느 정도 실체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BBK에 수십억원을 투자한 제3의 인물을 불러 자금 출처를 조사한 것으로 안다"며 "김씨의 귀국(16일) 전부터 BBK와 LKe뱅크, 다스를 포함한 관련 회사들의 계좌를 20여 일 이상 추적해 실소유주에 대한 일부 단서를 확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문제의 ㈜BBK투자자문은 김경준씨가 1999년 4월 27일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한 뒤 같은 해 9월 창투사인 e캐피탈에서 30억원을 투자받아 자본금이 30억5000만원으로 불어났다. e캐피탈이 지분 98.36%를 소유한 대주주가 된 것이다. 검찰은 최근 e캐피탈 홍종국(48) 전 대표를 불러 지분 참여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99년 9월 BBK 등기이사에 취임한 뒤 금감원에 의해 등록취소 결정이 나던 2001년 4월 18일까지 이사로 일했다.

김홍일 3차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추적을 벌이고 있다"며 "(BBK 계좌와) 연결된 계좌를 포함해 자금 추적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검사는 "수사에 도움이 되는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지만 어떤 참고인은 개인사정상 못 나오는 경우도 있고, 진실 규명에 필요한 일부 참고인이 해외에 나가 있는 경우도 있어 조사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에리카 김, LA서 추가 회견=김씨의 어머니 김영애(71)씨는 '이면계약서가 위조됐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무슨 거짓말을 해. 있을 수 없는 얘기다"라고 주장했다. 오후 검찰에서 아들을 면회한 김씨는 "(딸 에리카 김과 며느리 이보라씨가) 조만간 귀국할 지는 확실하지 않다. 난 모른다"라고 말했다. 누나 에리카 김은 29일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추가 폭로 회견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