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 문서 공개" 위안부 등 배상 길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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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 관련 비공개 문서 중 일부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39년 만에 한.일협정 체결 과정을 담긴 문서가 부분적으로나마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외교통상부는 판결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일본 정부에서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왔다"며 "공개 내용이 한.일 관계에 영향을 줄지 등을 고려해 수일 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姜永虎부장판사)는 13일 일제시대 때의 징용자.위안부 등 99명이 "한.일협정 관련 57개 문건을 공개하라"며 외교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원고들에게 손해배상 청구권과 관련된 5개 문건을 공개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공개 대상에 포함된 문건은 1차(52년)~6차(63년) 한.일회담의 논의 내용 중 청구권 관련 부분을 정리한 문건과, 이후 열린 6.7차 한.일회담에서 거론된 청구권 관련 자료 등이다.

자료에는 우리 정부의 청구 항목과 일본 측의 반응, 한국인 피해자의 개인적 청구권 해결에 대한 양국 입장 등이 담겨 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일본과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한 이후 일본 측은 한.일협정의 청구권 협정 2조 등을 근거로 '청구권이 소멸돼 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따라서 원고 입장에서 과연 일본 측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청구권 협정의 합의 과정과 내용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달리 "문제의 조문은 한국 정부의 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한 것이지, 국민의 일본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면서도 북.일 수교회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일본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한.일협정 관련 문서의 공개는 거부해왔다.

원고들은 일본과 일본 기업을 상대로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이미 소송을 냈거나 낼 예정인 사람들이다.

소송 과정에서 일본 측이 한.일협정을 근거로 "한국인 개인들이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낼 청구권이 없다"고 주장하자 관련 문건을 공개하라며 2002년 10월 소송을 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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