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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하루종일 어수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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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룻밤 사이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볼은 눈에 띄게 홀쭉해져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崔대표에게 '13일의 금요일'은 여전히 잔인했다.

홍사덕 총무와 박진 대변인에 이어 이날 이원형 제3정조위원장이 "당의 공천 과정이 원칙도 비전도 없다"고 비판하며 당직 사퇴 대열에 합류했다.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김정숙 여성위원장은 朴대변인에게 "쇼 정치를 그만하라"며 "물러나더라도 당을 수습한 뒤 그만둬라"고 해 논란이 일었다.

공천 잡음도 겹쳤다. 경북 포항.남울릉지역 당원들은 오전 10시쯤 대표실을 급습해 한승주 주미 대사를 만나고 있던 崔대표에게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당 운영위원회의 직전 김동욱 의원.이경호 위원 등은 공천심사위원인 이방호 의원을 향해 "공천 심사가 정실로 이뤄지는 등 개판"이라고 항의했다.

불타는 집에 기름을 끼얹는 악재도 생겼다. 이날 공천심사위(위원장 김문수)는 서청원 전 대표의 석방 요구 결의안 발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박종희 의원에 대해 공천 배제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朴의원은 "국민적인 분노를 감안해 당의 결정에 대해 모든 것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당내에선 '서청원계 숙청설'이 가시화하는 게 아니냐고 수군댔다. 徐전대표 측은 "현 지도부가 한나라당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지 못해 당을 위기에 빠뜨려 놓고는 그 책임을 모두 전가하려 한다"며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徐전대표의 석방을 둘러싸고 의원들 간에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임인배.원희룡 의원은 이날 국회 파병안 표결 전 본회의장 밖 대기실에서 격렬한 말다툼을 벌이다 林의원이 元의원의 가슴을 세게 밀친 것. 林의원은 "나를 포함해 석방안에 서명한 의원 31명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데 네가 하는 짓 아니냐"며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元의원도 "말이 심하다"며 맞서 승강이는 한동안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장파들의 지도부 퇴진 요구로 촉발된 한나라당의 위기 상황은 이제 중대한 기로에 섰다. 崔대표가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 것인지, 이 수습책이 위기 국면을 얼만큼 진정시킬지에 한나라당의 운명이 달렸다.

수습책 논의는 백가쟁명이다. 박찬종 고문은 "당이 살아날 유일한 길은 이회창씨와 崔대표가 책임을 지는 결단밖에 없다"며 비상대책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제2 창당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했다.

당명 개정.조기 선대위 발족 등도 나왔다. 열쇠를 쥔 崔대표는 장고에 빠졌다. 한 측근은 "위기의 본질에 대한 종합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퇴진론에 불을 지핀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는 "崔대표가 얼마나 많이 자신을 버리느냐가 리더십 회복의 관건"이라고 했다.

박승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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