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펀드 '깃털'도 없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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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泰山)이 들썩했지만 튀어나온 것은 쥐 한마리뿐.

13일 경찰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사돈 민경찬(44)씨를 검찰로 구속 송치하면서 내놓은 수사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민경찬 펀드'를 수사했던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閔씨가 건립을 추진했던 이천중앙병원의 부대시설 운영권 등을 미끼로 朴모(50)씨 등 3명에게서 11억7백20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만 드러났다고 밝혔다. 6백53억원대라는 閔씨의 펀드는 그가 지어낸 유령 펀드라고 단정했다.

경찰 발표를 토대로 재구성한 '민경찬 펀드'의 진상은 다음과 같다.

2002년부터 경기도 이천에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하던 閔씨는 지난해 자금사정이 악화하면서 1백30억원대의 빚을 지게 됐다. 병원의 각종 이권사업을 넘겨주겠다는 조건으로 여기 저기서 돈을 끌어다 댔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閔씨의 고민이 커져 가던 지난 1월 평소 안면이 있던 시사저널 기자가 閔씨에게 투신권에서 들은 소문이라며 투자펀드 얘기를 물어왔다. 閔씨는 순간적으로 "이천병원 투자에 망설였던 사람들을 후회하게 해주겠다는 생각"에서 병원 건립비용으로 4백80억원을 모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후 기자가 물어볼 때마다 "지난주엔 70억원이 들어왔다"는 식으로 계속 허세를 부려 결국 6백53억원까지 불어났다는 것이다.

수사 관계자는 "閔씨가 펀드 액수가 크게 보도될수록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6백53억원의 펀드 조성'이라는 발언이 보도되자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겁이 난 閔씨는 발언을 주워담지 못하고 청와대.금융감독원 조사 때도 계속 거짓말을 이어갔다. 결국 閔씨는 경찰에 체포되고 나서야 비로소 허풍을 실토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최근 3개월간 閔씨와 두 차례 이상 통화한 1백85명과 관련 계좌 73개를 정밀 조사했지만 펀드의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사실상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휘를 받는다는 점에서 수사결과를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또 단순한 허풍이었다면 청와대.금감원 조사 때 실토했으면 될 것을 閔씨가 굳이 구속까지 감수하면서 우겼다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손도 대지 못한 '청와대 사전조율설' 부분도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할 대목이다.

이날 閔씨 신병을 인계받은 검찰은 "사기혐의 외에도 閔씨에게 제기된 모든 가능성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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