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따르세요" 성희롱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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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13일 교장에게 술을 따를 것을 여교사에게 권유한 것은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행위가 성희롱이라는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 결정에 불복, 초등학교 교감인 金모(53)씨가 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다.

재판부는 "성희롱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 장소와 상황, 성적(性的) 동기 여부와 당사자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 상식과 관행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반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金씨의 행위는 교장에게서 술을 받은 여교사들이 술잔을 비우지 않자 '부하 직원이 술을 받았으면 답례로 술잔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성적 의도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번 판결이 여성에게 술을 따르도록 권유하는 것이 언제나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金씨는 2002년 9월 회식 자리에서 교장이 따라준 술잔을 비우지 않은 여교사들에게 "교장 선생님께 한잔씩 따라 드리세요"라고 말한 것이 위원회로부터 성희롱 결정을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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