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 리바운드 '이종애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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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95년 봄. 국내 최초로 스포츠면 섹션화를 단행한 중앙일보 스포츠부로 지금은 해체되고 없는 실업농구 SK 여자농구단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제 막 입단한 새내기가 있는데 덩크슛도 가능할 만큼 점프력이 엄청나 양손으로 림을 잡는다"는 얘기였다. 전화를 건 사람은 정해일 코치, 그 '엄청난' 새내기는 이종애(29.1m87㎝)였다.

그해 인성여고를 졸업한 이종애는 카메라 앞에서 과연 두 손으로 림을 잡아 보였다. 그러나 너무 호리호리한 체격이어서 라이벌인 삼성생명의 정은순(은퇴)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정해일 코치는 "다른 건 몰라도 리바운드만큼은 잘 해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코치는 요즘 '얼짱'으로 인기를 모은 여자프로골퍼 안시현의 코치 정해심 프로의 형이다.

정코치의 장담대로 뛰어난 리바운드 포착 능력을 과시한 이종애가 97년 여자프로농구가 출범한 후 처음으로 통산 1천5백리바운드를 돌파했다.

1천4백98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던 이종애는 13일 춘천에서 벌어진 겨울리그 현대와의 경기 1쿼터 종료 10초 전 두번째 리바운드를 잡아내 1천5백리바운드의 대기록을 세웠고, 6개를 더해 통산 기록을 1천5백6개로 늘렸다.

우리은행은 23득점으로 팀내 최다득점을 올린 이종애와 외국인 선수 겐트(22득점.11리바운드)의 활약에 힘입어 69-61로 역전승, 최근 2연승의 호조를 보이며 단독 4위(3승3패)가 됐다. 현대는 3쿼터까지 48-48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임신을 이유로 은퇴한 전주원의 공백을 절감하며 4쿼터에 무너져 2승4패(5위)로 밀렸다.

이종애.김지현(6득점)의 슛으로 4쿼터 8분쯤 61-54로 리드한 우리은행은 현대 김영옥(13득점)에게 3점슛을 맞아 위기를 맞는 듯했으나 경기 종료 1분11초 전 이종애가 김영옥의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 숨을 돌렸다. 현대는 실책 14개가 모두 고비에서 나왔고, 종료 46초 전엔 이영주 감독대행이 판정에 항의해 경기를 지연시키기도 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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