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대통령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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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호주의 실권자는 총리이지만 명목상 국가원수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다. 영연방 국가인 호주가 웨스트민스터 헌장에 따라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앞으로는 호주인이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선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24일 실시된 호주 총선에서 입헌군주제 폐지를 공약한 노동당의 케빈 러드 당수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차기 총리가 될 러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군주제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를 임기 중에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아직 시간표는 정하지 않았지만 호주인 대통령이 탄생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다음 총선이 있는 2010년께 공화제 전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국민 여론도 군주제 폐지 쪽이 우세하다. 올 초 호주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제 찬성은 45%, 반대는 36%로 나타났다. 1999년 국민투표에서는 반대가 많아 공화제 도입이 부결됐다.

영국 버킹엄궁은 이 문제가 국민투표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000년 호주 방문에서 "군주제의 미래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으며 민주적이고 합헌적인 절차에 의해서만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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