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단속도‘셀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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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처음으로 마산시에 무인음주단속기가 등장하자 25일 오후 마산시 양덕동 한 아파트앞 도로를 지나던 운전자들이 직접 음주감지기를 들고 체크를 해보고 있다. [마산=연합뉴스]

지난 20일 저녁 경남 마산시 양덕동 도로. 길 위에 설치된 노란색 무인 음주단속기 옆에 승용차 한 대가 멈췄다.

 단속기에서 “음주 감지기를 당겨 불어 주십시오”라는 자동 음성이 나오자 운전자가 통행권을 뽑듯이 음주 감지기를 빼내 ‘후’하고 분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말이 나오면서 차량 앞을 가로막았던 개폐기가 도로 위에 눕혀지고 차량은 지나갔다.

 곧이어 소주 몇 잔을 마신 운전자가 불자 “엥엥엥”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광등이 켜지면서 “음주측정 대상자입니다. 차에서 내려 주십시오”라는 음성이 나왔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경찰관이 다가와 음주 측정을 한다.

 음주 단속 셀프 시대를 연 이 장비는 마산동부경찰서 이현순(35) 교통사고 조사계장과 경무계 이성진(40) 경사가 지난 5월 공동 개발해 경찰청 혁신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생산성 분야 1위를 차지한 장비다.

 이날 무인단속은 30회째였다. 마산동부서는 7월 26일부터 매주 2∼3차례 무인단속기를 현장에 투입, 시험운용해 왔다. 한 차로는 무인단속, 한 차로는 기존 단속방법을 병행하면서 비교했다.

 30회 동안 무인단속은 435대를 통과시켜 면허취소 29명, 면허정지 25명, 수치미달 18명을 적발했다. 기존 단속방법은 481대를 측정해 면허취소 32명, 면허정지 28명, 수치미달 13명으로 나타났다. 두 가지 단속법의 실적은 비슷했으나 단속 인력은 무인 2명, 기존 단속법에는 4명이 투입됐다.

 이성진 경사는 “인력을 절반으로 줄여도 단속 실적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확대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 사용해 본 운전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운전자 박모(46·마산시 석전동)씨는 “무인 단속기는 경찰관이 단속할 때는 느꼈던 불쾌감이 없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속기의 사용법을 몰라 당황하는 바람에 뒤따르던 차량들이 밀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밖에도 운전자들은 높이 1m로 고정돼 있는 감지기의 높이가 차종에 따라 다양하지 못해 불편을 호소했다. 음주감지기 한대로 여러사람이 사용하는 위생문제도 제기했다.

 마산동부서는 시험운용에서 드러난 이러한 문제점을 계속 보완하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마산동부서의 시험운용 결과를 검토한 뒤 경남도내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경사는 “야간에 음주차량을 세워 단속하려면 위험한 데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운전자들과 승강이도 많아 새로운 음주 단속기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음주단속을 하던 경찰관 150여 명이 차량에 끌려가 다쳤고 3명은 숨졌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해 5월. 대략 그린 도면을 들고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주차관리시스템 업체와 자동문 개발 업체에 의사를 타진했다. 지난해 세 곳의 업체와 개발을 시작했으나 모두 포기했다. 자금난과 기술 부족 때문이었다. 올 들어 연결된 무선시스템 업체가 마침내 기능과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모델을 만들어 냈다.  이 장비는 음주감지기가 달려 있는 높이 1.1m쯤 되는 막대 모양의 단속기와 도로 위에 설치돼 눕히거나 세우면서 차량을 통제하는 개폐기로 이뤄졌다. 무게가 15㎏ 정도라 순찰차 트렁크에 싣고 다닐 수 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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