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김PD]‘하이브리드 방정식’… 차값 비싸지만 기름 덜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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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리드 자동차란 두 종류 이상의 연료를 사용하는 차로, 최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시킨 형태입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모터를 구동축에 결합해 저속 구간서 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일정 속도까지 모터만 구동시킬 수 있어 연비가 좋습니다.

 현재 국내에 정식 출시된 하이브리드 모델은 렉서스의 SUV인 RX400h 및 대형 세단 LS600hL, 혼다의 시빅 등 모두 3종류입니다. 선택의 폭은 적지만 그래도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쏠리는 관심은 높습니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정말 경제적인가 알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5년 정도만 타고 바꿀 것이라면 하이브리드는 비경제적입니다. 왜냐하면 차값이 비싸고, 현재 국내 출시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비는 동종의 다른 차에 비해 생각보다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많은 거리를 탄다면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가 차세대 자동차의 핵심 기술임에는 분명하지만 모든 면에서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첨단 시스템이 추가되며 가격은 높아집니다.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는 중심모델 2.0 가솔린 엔진보다 400만원 비싸며 입문형인 1.8 모델보다 800만원가량 비쌉니다. 10년 이상 탄다면 치량값에서 발생한 차액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소유할 계획이 아니라면 연비는 조금 떨어져도 1.8 모델을 구입해 차액인 800만원으로 연료를 주입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경제성과 별도로 ‘에너지 절약’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하이브리드카를 권합니다.  

 렉서스의 최고급 세단 LS460L과 LS600HL은 격차가 더 심합니다. 차량값에서만 3400만원의 가격차가 납니다. LS460L의 공인 연비 L당 8.8㎞를 기준으로 3400만원을 유류비로 사용하면 (휘발유 L당 1600원 기준) 약 18만7000㎞ 를 달릴 수 있습니다. LS600hL의 공인연비 L당 9.5㎞로 계산해 같은 거리를 달리면 약 3149만원의 연료비가 소요됩니다. 이 엄청난 거리를 달렸을 경우, 하이브리드카로는 연료비에서 300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생각할 문제는 실제 주행 연비입니다. 많은 운전자들이 실감하는 부분이지만 정부공인 연비와 실제 주행연비는 약 20% 내외의 차이를 보입니다. 이 얘기는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L당 23㎞ 이상을 달려 가장 연비가 좋다고 소문난 시빅 하이브리드도 시내만 달릴 경우 L당 주행거리는 13~15<㎞에 불과합니다. 렉서스의 SUV, RX400h라면 L당 9~10㎞를 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주행서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비를 급상승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메이커들이 홍보하듯 저속 주행 시 전기모터만 이용하면 되지요. 하지만 정지 상태서 출발 후 어느 정도까지 속도를 올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기모터만 사용한 가속은 그리 빠르지 않으니까요. 결국 뒤차들의 경적 소리와 따가운 시선을 외면할 수 있다면야 좋은 연비를 끌어낼 수 있게 됩니다.  

 결국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검토하려면 차량 가격과 연간 주행거리, 실제 주행연비를 감안한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본 뒤 선택해야 후회 없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분명 미래 자동차의 표준이 될 것이기에 현 시점에서도 가치가 높은 상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오토조인스=김기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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