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사고 책임싸고 국회공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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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책임을 놓고 국회가 공전되고 있다.
민주당은 24일 이번 사태를 김영삼(金泳三)정부의 복지부동과연관시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며 對정부질문을 거부하고 있는데 반해 민자당은 청와대의 총리 사표반려를 수용하여 사후대책에 주력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날 아침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金대통령의 국정 수행능력 부족에서 온 것으로 규정하고 金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거듭 촉구.
이기택(李基澤)대표는 이례적으로『국회가 며칠 공전되더라도 내각 사퇴문제는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개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원기(金元基).조세형(趙世衡)최고위원등이대여(對與)강경론을 주장하고 李대표와 권노갑(權魯甲).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등 동교동계 최고위원들이 이를 받쳐주는 모양새로진행. 반면 이부영(李富榮).노무현(盧武鉉)최고위원등 개혁모임쪽과 원내 사령탑인 신기하(辛基夏)총무등은『국회를 공전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자칫 국정감사에서 딴 점수를 잃을 수 있다』며 다소 온건한 입장.
權최고위원은『문제는 金대통령의 국정 장악능력 부족과 위기관리능력 부족』이라고 결정타.
이에 辛총무는 회의중간 의장실로 황낙주(黃珞周)국회의장을 찾아가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을 전달.
이에앞서 민주당은 李대표가 24일 새벽 북아현동 자택에서 양승부(梁承富)제주도지부장등 지구당 위원장 10여명을 면담,시중여론을 전달받은뒤 강경론으로 가닥을 잡기 시작.
오전8시쯤 국회에 나온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李대표의 시각은 국민감정이나 현 정부의 사후 대처 자세로 보아 지금은 국회일정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쪽이다』고 소개.
최고위원들은 李대표의 이같은 자세를 전달받고 대체로 동조하면서도『우리가 국회 일정을 미루고 내각 사퇴를 거듭 요구하면 언론에서 국회 파행의 책임을 양비론(兩非論)으로 몰텐데…(金元基최고위원)』라며 우려.
유준상(柳晙相)최고위원은『그것 때문이라도 우리가 대안을 확실히 제시하고 밀어붙여야 한다』며 『공공 시설물의 총체적 안전점검에 필요한 예산.기자재.기구등을 정기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반영해주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
○…민자당은 이영덕(李榮德)총리의 사표가 반려됨에 따라 이날오전 긴급 의총을 소집하고「당의 단합」을 주문하는등 집안단속을했다. 이날 의총은 김종필(金鍾泌)대표와 이한동(李漢東)총무 두사람의 얘기만 듣고 20분만에 서둘러 끝냈는데 대폭개각이 없는데 대한 불만의 소리가 나올까 처음부터 비공개로 진행.
金대표는『대통령의 고뇌는 우리의 고민이다』면서『대통령이 겪고있는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당정일치를 역설하는 것으로분위기를 잡았다.
金대표는『대통령의 고뇌를 덜어드리기 위해 사태에 대한 인식을정확히 하고,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당내 일각의 불만여론을 겨냥한뒤『지금은 대단히 어려운 때이므로 당의 의견분열로 인해 대처해 나가는데 어려움을 주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야당이 어떻게 나오든 인내심을 갖고 합리적 대안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金대표는『야당이 정치공세를 펴고 있지만 대통령의 고뇌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서 화합하고 단결해야 한다』『對정부질문을 하게될때 잡음이 생기는 일 이없도로 신중히 해주면 고맙겠다』고 세심히 주문했다.
이어 李총무는『현시점에서 정부를 상대로 따질 것은 따지고 대책을 촉구할 것은 촉구하는게 마땅하다고 생각하면 그런 바탕에서야당과 대화하겠다』고 의욕을 보이면서도『퍽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는 만큼 자기를 버리고 굳게 뭉쳐달라』고 호 소했다.
토론없이 회의가 끝난뒤 일부의원들은『고작 의총을 소집한 것이의원들의 입단속이냐』고 불만을 토로하면서『정부가 개각을 하지않는 것을 보면 폭발하는 민심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익명을 부탁한 한 의원은『정부가 개각을 안한다고 해서 민자당이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문제』라면서『여권내 딴 목소리도 나와야 현 난국을 수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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