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광환 감독 자율야구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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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링컨은 자기가 노예가 되기 싫어 노예제도를 폐지했다고 한다.내가 말하는 자율야구는 여기서 출발한다.남이 자기를 이끌어주는 것이 아니라,자기 의지로 자기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진정한자율이다.』 이광환(李廣煥.46)감독은 올해 마침내 화려하게 꽃을 피운 자신의「자율야구」를 위와같이 규정짓는다.
실제로 올시즌 이광환의 자율야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을 이끌어냈다.4강에도 끼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즌개막 17일만인 4월26일 선두에 올라선뒤한번도 1위자리를 내주지 않고 8개구단의 맨꼭대 기에서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9월9일 인천 태평양전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지은뒤 39일만에 벌어진 태평양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특유의 자신감을 유감없이 발휘,4승 무패로 정상에 우뚝섰다.
이광환의 야구가 다른 야구와 구별되는 점은 어디에 있는가.
이광환의 자율은 철저한 선수위주의 운용이 핵심이다.선수 각자가 알아서 체력을 관리하고 기본기를 익히며 음식을 조절하고 사생활을 관리한다.LG선수들은 이런 자율을 통해 자체경쟁을 극대화 시킨다.LG가 8개구단 가운데 가장 두터운 2 군을 갖추고무리없는 대체요원들을 고비 때마다 투입시킬수 있었던 힘도 결국「자율」의 틀안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광환 자율의 또하나 보이지 않는 다른점은「코칭스태프의 자율」이다.실제로 이광환감독은 야구 전문가들로부터『8개구단 감독 가운데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가장 존중하고 경기에 많이 반영하는감독』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李감독은 코칭스태프 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기에 반영시킴으로써 코치들이 많이 연구하고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한다.실제로 다른팀 코치들에 비해 선수시절 명성에서 뒤졌던 김용달(金龍達).최정우(崔正雨)코치를 1,3루 코치로 기용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김명성(金明成)투수코치가 투수진의 역할분담을 이끌고 있는 것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광환의 자율은「선수에 대한 신뢰와 인내」로 완성된다.스스로를「끝내주는 고집쟁이」라고 말하는 李감독은 자신이 한번 믿은 선수에게는 기회를 주고 끝까지 기다린다.그리고 결국 이「신뢰와인내」는 프로야구를 진정한 프로야구로 한단계 끌 어올리는「자율의 승리」라는 화려한 꽃을 피워낸 것이다.
〈李泰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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