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에서 그때 어떻게 공부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딱히 비법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더라고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잠 푹 잤던 기억밖에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얘기다. 분명, 고액의 족집게 과외에 보도 듣도 못한 명품 참고서는 물론, 일류학원에서 두서너 과목은 꼬박꼬박 수강했을 터다.
“정말 혼자서 공부했다니까요. 그 당시 제가 살던 곳에서는 학원도 딱히 없고, 과외는 생전 한번도 안 받아봤어요.”
겉으로 보기엔 강남 8학군에서 과잉보호를 받으며 곱디곱게 자랐을 것 같은 그의 세련되고 반듯한 외모와는 달리 울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상진은 어릴 적 도랑치고 가재 잡으며 들판을 신나게 뛰어다닌 볼 빨간 시골소년이었다고.
“그때 저희 집 살림이 넉넉하지 못했어요. 빠듯한 생활에 걱정 많으신 부모님 모습을 보고 제가 또래의 다른 친구들보다 철이 좀 일찍 들었다고나 할까요.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공부밖에 없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노트필기와 정리를 참 잘했는데, 그것이 곧 공부를 도와준 집중력이 아니었나 싶네요.”
‘공부의 제왕’ 상진의 또 다른 공부 습관은 머리 질끈 동여매고 밤 꼴딱 새워 코피 흘려가며 하는 스타일이 아닌 이른 아침 맑은 정신으로 책 속의 지식을 몽땅 머릿속에 쏙쏙 넣는 것이다. 평상시는 물론, 시험기간에도 밤 12시면 잠자리에 들고 오전 6시엔 반드시 기상하는 아침형 학생이었다고 한다.
“아침에 엄마가 절 깨우느라 고생하신 적은 없던 것 같아요. 혼자서도 알람 시계 없이 벌떡벌떡 잘 일어나거든요. 요즘도 아침 6시면 아무 스케줄 없어도 꼭 일어나는데, 그때 익힌 습관 덕분에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며 회사에 지각할 일은 절대 없네요.”
‘굳은 결심은 가장 유용한 지식이다’라고 한 나폴레옹의 말처럼 상진의 반짝반짝 빛나는 지식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그의 결심에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공부 잘하고 싶은 세상의 모든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뻔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공신’(功神)의 비법이 아닐까. 내신에, 수능에, 논술까지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빠진 2008년 대입 수험생에게 작은 힌트가 될지 모르겠다.
이현주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