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여의도블로그] 천재소년? 아나운서 오상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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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경제야 놀자’ 코너에서 오상진(사진) 아나운서의 고등학교 시절 성적표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학창시절 타의 추종을 불허한 모범생이었던 상진은 3년 내내 반장에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것은 물론, 148이라는 놀라운 숫자의 지능지수(IQ)로 방송가에서 ‘럭셔리 브레인’이라는 별명까지 얻기도 했다.

“ 주변에서 그때 어떻게 공부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딱히 비법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더라고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잠 푹 잤던 기억밖에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얘기다. 분명, 고액의 족집게 과외에 보도 듣도 못한 명품 참고서는 물론, 일류학원에서 두서너 과목은 꼬박꼬박 수강했을 터다.

“정말 혼자서 공부했다니까요. 그 당시 제가 살던 곳에서는 학원도 딱히 없고, 과외는 생전 한번도 안 받아봤어요.”

겉으로 보기엔 강남 8학군에서 과잉보호를 받으며 곱디곱게 자랐을 것 같은 그의 세련되고 반듯한 외모와는 달리 울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상진은 어릴 적 도랑치고 가재 잡으며 들판을 신나게 뛰어다닌 볼 빨간 시골소년이었다고.

“그때 저희 집 살림이 넉넉하지 못했어요. 빠듯한 생활에 걱정 많으신 부모님 모습을 보고 제가 또래의 다른 친구들보다 철이 좀 일찍 들었다고나 할까요.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공부밖에 없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노트필기와 정리를 참 잘했는데, 그것이 곧 공부를 도와준 집중력이 아니었나 싶네요.”

‘공부의 제왕’ 상진의 또 다른 공부 습관은 머리 질끈 동여매고 밤 꼴딱 새워 코피 흘려가며 하는 스타일이 아닌 이른 아침 맑은 정신으로 책 속의 지식을 몽땅 머릿속에 쏙쏙 넣는 것이다. 평상시는 물론, 시험기간에도 밤 12시면 잠자리에 들고 오전 6시엔 반드시 기상하는 아침형 학생이었다고 한다.

“아침에 엄마가 절 깨우느라 고생하신 적은 없던 것 같아요. 혼자서도 알람 시계 없이 벌떡벌떡 잘 일어나거든요. 요즘도 아침 6시면 아무 스케줄 없어도 꼭 일어나는데, 그때 익힌 습관 덕분에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며 회사에 지각할 일은 절대 없네요.”

‘굳은 결심은 가장 유용한 지식이다’라고 한 나폴레옹의 말처럼 상진의 반짝반짝 빛나는 지식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그의 결심에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공부 잘하고 싶은 세상의 모든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뻔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공신’(功神)의 비법이 아닐까. 내신에, 수능에, 논술까지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빠진 2008년 대입 수험생에게 작은 힌트가 될지 모르겠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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