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리그 '예선'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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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기업팀이 단체전으로 겨루는 '2004 한국바둑리그'가 4월 출범을 목표로 준비가 한창이다. 총상금은 5억여원으로 늘어났고 플레이오프가 신설됐다.

주최사인 바둑TV는 "참가기업들도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며 대기업의 참가를 시사하고 있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열어봤던 드림리그는 빈약한 상금에도 불구하고 예상 외의 인기를 끌었다. 이에 고무돼 올해는 상금을 높이고 팀당 선수도 3명에서 4명으로 늘려 8개팀이 연간 1백12경기를 치르는 정식 대회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골치아픈 암초가 하나 나타났다. 예선전을 치르느냐, 마느냐를 놓고 한국기원과 바둑TV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드림리그는 예선전에서 18명의 선수를 선발한 다음 이 중에서 6개 기업이 드래프트 시스템으로 선수를 뽑았다.

그러나 기업들은 불만이었다. 모든 프로기사를 놓고 마음껏 고르지 못하는 아쉬움 탓이었다. 예선전에서 인기있는 강자들이 서로 부딪쳐 탈락해버린 것도 불만이었다.

이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되자 주최사인 바둑TV는 "올해부터 예선전을 없애겠다. 선수선발은 팀에 맡기자. 그래야 대회의 인기도 높아지고 팬들도 더 재미있는 것 아닌가"하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국기원은 고개를 가로젖고 있다. 한상열 기사회장은 "프로기사들의 중론은 반대"라고 말한다. 프로기사 수는 2백명. 드래프트로 뽑는 32명 말고도 1백70명 정도가 더 있다. 예선전을 없애면 이들은 대국료를 받지 못한다. 기본적인 반대는 여기서 비롯된다.

그 외에 자신이 인기나 랭킹은 32위 이내에 들지 못하지만 시합을 하면 32명에 뽑힐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기사들도 상당수다.

바둑은 철저한 개인 경기였다. 독불장군으로 살아온 프로세계에 처음 단체전이 도입되는 바람에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선수선발은 팀의 고유권리인 만큼 여기에 제동을 걸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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