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한심한 성수대교 붕괴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성수대교가 왜 끊어졌을까.79년 개통돼 15년밖에 안된 강철로 만든 다리가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면 도대체 우리나라에 안전한 다리가 있을까.최소 50년은 견디게 설계.시공,그리고 유지관리가 돼야할 다리 한가운데가 끊어졌으니 놀라지 않을 국민이 없다.성수대교는 우선 기본설계를 안했다.실시설계도 5개월만에 급속으로 해치웠다.교량형식.설계표준 등이 정밀하게 검토될 시간이 없이「가볍고 싼 구조물인 게르버 트러스(Gerber Truss)교」로 설계된게 우선 문제다.이 번 사고의 원인은 우선 이 교량형식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게르버트러스교는 여러개의 게르버 구간으로 구성된다.이중 중앙부분이 끊어질 첫번째 가능성은 구간 양쪽 이음부분에 꽃혀 있는 핀(힌지)이 어긋나 떨어졌을 경우다.둘째는 강 재피로에 의한 균열현상이다.다리를 만든 강재가 피로로 찢어졌을 가능성인데(철사를 손으로 여러번 구부렸다 폈다하면 철사가 끊어지는 현상과 같음)이 확률이 가장높다.원래 게르버트러스교는 볼트로 연결하는데 성수대교는 볼트가아닌 원형 리벳(Rivet)으로 연결돼 있어 특히 피로에 약했을 수 있다.또 원형이기 때문에 핀을 꼽을 구멍을 뚫을 때 잘안맞게 되면 산소용접 등을 하게 되고,이 작업이 피로 현상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이 경우 처음에는 괜찮지만 반복 되 면문제가 된다.
셋째는 중(重)차량의 반복운행이 강판에 반복적인 영향을 주는경우다.차가 지나 갈때 덜컹 덜컹 하면서 틈이 생겨 한 구간이통째로 떨어질 수도 있다.
넷째는 보수때 이음 부분을 건드렸을 가능성이다.어젯밤 서울시는 동 구간에 대한 보수공사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이때 산소용접을 했다든지 하면 강재가 약해질 수 있다.
다섯째는 하부구조의 문제다.설계하중이 DB-18(18t급의 차량 통행을 기준으로 설계)인 성수대교에 그 이상의 중차량이 반복해 다녔을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성수대교는 최근 승용차통행은 일부 제한하고 있지만 화물차에 대한 통행 제한은 없다.위와 같은 사고 이유중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두번째다.
즉 게르버트러스교의 단점 때문에 야기된 사고였을 가능성이 가장높다.이 경우 문제는 또 있다.다른 구간도 위험하다는 사실이다.한쪽이 무너졌기 때문에 다른 구간의 힘의 평형이 무너졌다.차가 다니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은 구간에 많은 힘이 작용해 하부구조가 이를 견디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다.
설계하중이 너무 낮고,피로설계도 안돼 있는등 성수대교는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여기에 동부간선도로를 개통하면서 많은중차량이 통행하게 돼 사고를 부른 것이다.따라서 전문적인 교통처리를 안한 관리당국의 책임도 있다.
게르버트러스교로 설계된 한강다리는 성수대교외엔 없다.그러나 다른 형식의 다리도 기술적인 문제가 많음이 이미 지적되고 있다.천호.잠실.영동.한남.마포.양화.원효대교 등은 하부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서울시도 알고 있다.지금 보수중인 것도 있고 또 앞으로 계속 보완하겠지만 이젠 서울시를 믿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우리나라 기술자를 모두 동원해서라도 안되면 외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우리나라 교량 전부의 안전성을 심층 점검해야 한다.이번 사고의 원인이「기술」에 있다면 특히 그렇다.청계고가도로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 지적 된지 오래다.그래도 아침.저녁이면 차량으로 가득차는 청계고가도로는 정말 아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