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리는 최병렬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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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몰리고 있다. 서청원 전 대표의 석방에 대해 여론이 악화되면서 "자기희생적 결단의 모습을 보이라"는 당내 압박이 가중되는 까닭이다. 12일 홍사덕 총무와 박진 대변인의 전격 사퇴로 그는 수렁에 한발 더 빠졌다. 당 분위기가 여간 뒤숭숭하지 않다. 게다가 공천개혁을 주도하는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마저 "崔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崔대표의 거취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기류는 崔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다. 전날 崔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던 소장파의 원희룡 의원은 "당이 공천.대선자금.국가현안 및 정치개혁과 관련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개혁 프로그램을 내놔야 한다"며 崔대표를 몰아붙였다.

이회창 전 대통령후보와 친한 다선의원들과 서청원 전 대표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초.재선 의원들도 崔대표를 외면하거나 흔들고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崔대표도 고심을 거듭했다. 崔대표는 "최근 상황, 특히 徐전대표 석방건이 '차떼기' 못지않게 당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며 "크게 흔들리는 당을 결속시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오후 예정된 일정을 바꿔 윤여준.원희룡 의원과 임태희 비서실장을 차례로 불러 당내 여론을 청취했다.

그 결과 "崔대표는 일단 FTA 비준안.이라크파병안 처리가 화급한 만큼 이 문제들을 풀어낸 뒤 자신의 거취문제를 포함한 수습책을 제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그의 측근이 전했다. 이런 현안들은 13일과 16일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崔대표가 17일 참석하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수습책을 밝힐 것으로 주변에선 전망하고 있다.

崔대표의 수습책 중엔 총선 불출마 선언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측근인 윤여준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통해 崔대표가 먼저 모든 것을 버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당개혁을 훨씬 강도 높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다른 측근은 "불출마 선언을 밀려서 할 수는 없으며 그래봤자 당 지지도가 올라갈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반대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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