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과기부·교육부 통합 방안 한국 과학 현실 너무 모르는 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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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차기 정부를 겨냥해 과기부를 교육부나 산자부와 통합하자는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한국의 과학기술 현실을 너무 모르는 발상입니다.”

 한남대 조만형(행정학·사진) 교수는 한국행정학회 주최로 최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미래 도약을 위한 국가과학 기술 정책 및 행정체제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과기부 관련 정부조직 개편 아이디어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만약 과기부를 교육부로 통합하면 과학분야는 국가 어젠다 설정 때 교육에 밀려 눈에 잘 띄지도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또 40여 년간 쌓아온 과학 정책 관련 노하우가 사라지고, 기초기술 개발과 과학기술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큰 구멍이 뚫릴 것으로 조 교수는 내다봤다. 교육부나 산자부, 정통부 등 다른 부처에서 그런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독일에 과기부가 없다고 따라 할 일이 아니라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연구비 규모가 극히 작습니다. 과기부가 그런 자원을 압축적으로 잘 사용해 그나마 이렇게 꾸려가고 있습니다. 적은 예산을 분산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조 교수는 현재 과기부가 잘하고 있지만 과학기술부총리나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역할은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부총리는 현재 타 부처 과학기술 관련 업무를 총괄할 권한이 없고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기에도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와 본부장의 위상도 차관급으로 부처 간 조정 역할에 한계가 크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과기부총리와 혁신본부의 위상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조 교수는 과학기술혁신본부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대통령)로 독립시키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금보다 더 독립적인 기획조정 능력을 갖춰야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과학기술정책을 합리적으로 수립하기 위한 연구개발 관련 통계와 자료들이 정확하게 구축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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