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쓰레기 태운 재의 화려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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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폐기물은 골칫거리다. 땅에 파 묻자니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태우자니 소각재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옛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땅속에 묻을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것들이 환경에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환경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안지환 박사팀은 생활 쓰레기를 태운 뒤 남는 재를 훌륭한 건설 골재로 바꾸는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하루 2.4t 정도의 생활 쓰레기를 소각하고 재를 처리할 수 있는 실험용 설비도 만들어 26일 연구원에서 준공식을 한다. 안 박사는 이런 기술과 세계적인 흐름을 23일 부산역에서 열리는 ‘금요일의 과학터치’ 공개 강연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기도 하다.

 ◆소각재 그냥 못 써=소각 대상 생활 쓰레기는 가정에서 분리수거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다. 쓰레기 수거 차량이 가져오는 것을 통째로 넣어 태운다. 소각로에서 나오는 재 속에는 철·유리·도자기·세라믹 등이 뒤섞여 있다.

더구나 소각재 속에는 카드뮴·구리·납 등 중금속을 비롯 염소가 다량 들어 있다. 그대로 땅에 묻거나 재활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안 박사는 “이 때문에 쇠 같은 것은 골라 내고 중금속과 염소를 없애거나 남아 있다고 해도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게 화학적인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철은 강력한 자석을 재에 들이대면 달라붙는다. 쇳덩어리나 가루에 다른 비철류 재들이 묻어 있기는 하지만 세척을 해 사용하도록 한다. 세라믹이나 유리 등은 가루로 만들어 모래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즉, 도로 건설용이나 벽돌 제조 등 다양한 용도로 쓴다.

 ◆이산화탄소로 중금속 처리=안 박사팀이 개발한 기술은 소각재 속의 중금속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로 중화시킨다. 안 박사와 함께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유광석 박사는 “밥솥에도 크롬 도금을 하지만 중화시켰기 때문에 인체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며 “이런 원리를 이용해 소각재 속의 중금속을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중금속 중화에 사용하는 이산화탄소는 소각로에서 나오는 것을 사용한다. 대기 중으로 배출될 수도 있는 이산화탄소를 중금속 처리에 이용하는 것이다. 일석이조다.

 소각재는 염소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다. 이를 중화시키지 않으면 소각재를 재활용하거나 땅에 묻기 어렵다. 2차적인 환경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유 박사는 “소각재에 이산화탄소를 몇 시간, 길게는 하루·이틀 정도 통과시키면 염소와 중금속이 무해한 상태로 변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고 소각재를 야외에 그냥 놔두면 몇 달이 걸려야 무해한 상태로 변하며 그러는 동안 중금속이 빗물 등에 녹아 환경을 오염시킨다.

 ◆소각재는 계속 느는 추세=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생활 쓰레기는 90% 가까이 매립했다. 재활용이나 소각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소각재 처리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들어서부터 재활용이 40% 가까이로 늘어나는가 하면, 소각도 20%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쓰레기 소각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소각재 양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소각재만 해도 수십만t이다.

 지금까지는 소각재 처리 기술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아 재활용율이 4.3%에 머물렀다. 미국은 6%, 독일은 60%, 네덜란드는 90%, 덴마크 82%, 프랑스 76%에 이른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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