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두 줄짜리 보도자료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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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날 '특검법 국회 소위 통과 반응'이란 제목의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다. 단 두 줄짜리 문장이다.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에 특검을 한다고 하니 정말 안타깝다. 내년 경영이 더욱 힘들어질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된다." 하지만 여기엔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곤혹스러운 삼성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로 삼성 내부에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에서 말단 사원까지 대부분의 임직원이 '(폭로 파문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15명의 검사를 포함해 50여 명의 '매머드급 수사진'으로 꾸려진 검찰 수사도 모자라 60일간 특검까지 받을 경우 초유의 경영 공백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법무팀장)의 폭로 파문이 불거진 이래 벌써 한 달여째다. 삼성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내년도 경영 계획은커녕 연말 사장단 인사 등 꼭 필요한 결정을 검토조차 못하고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임원은 "검찰 수사와 특검을 받게 되면 시도 때도 없는 임직원 소환과 각종 자료 제출 요구로 사실상 기업 경영이 마비될 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삼성전자.제일모직.에스원 등 비자금 의혹 제기의 '유탄'을 맞은 계열사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각종 의혹들이 마치 '확정된 범죄'처럼 유포돼 임직원 사기 저하는 물론 대외 신인도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발을 굴렀다. 이 관계자는 "몇몇 글로벌 경쟁사들은 삼성전자의 해외 바이어들에게 '삼성이 비자금 파문으로 납기에 맞춰 물품을 대지 못할 것'이란 식의 흑색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그룹 일각에선 "특검의 수사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소송은 물론이고 까마득한 10년 전의 비자금 문제까지 들춰보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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