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법무팀장)의 폭로 파문이 불거진 이래 벌써 한 달여째다. 삼성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내년도 경영 계획은커녕 연말 사장단 인사 등 꼭 필요한 결정을 검토조차 못하고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임원은 "검찰 수사와 특검을 받게 되면 시도 때도 없는 임직원 소환과 각종 자료 제출 요구로 사실상 기업 경영이 마비될 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삼성전자.제일모직.에스원 등 비자금 의혹 제기의 '유탄'을 맞은 계열사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각종 의혹들이 마치 '확정된 범죄'처럼 유포돼 임직원 사기 저하는 물론 대외 신인도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발을 굴렀다. 이 관계자는 "몇몇 글로벌 경쟁사들은 삼성전자의 해외 바이어들에게 '삼성이 비자금 파문으로 납기에 맞춰 물품을 대지 못할 것'이란 식의 흑색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그룹 일각에선 "특검의 수사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소송은 물론이고 까마득한 10년 전의 비자금 문제까지 들춰보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표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