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위안부 판 '누드 상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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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탤런트 이승연씨가 일장기 문양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탤런트 이승연(36)씨가 역사의 희생자인 종군위안부를 테마로 한 누드 촬영을 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종군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네티즌도 "아무리 돈벌이가 좋다지만 종군위안부까지 상품화하는 누드집은 도덕 불감증의 극치"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李씨는 1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군위안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그분들을 위로하려는 생각에서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환원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또 "종군위안부들이 영상물 공개에 반대한다면 직접 만나 의견을 들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누드 영상을 제작한 ㈜로또또는 전쟁 당시 위안부들이 끌려갔던 태평양 팔라우 섬에서 첫 촬영한 데 이어 일본과 네팔에서 곧 진행할 2, 3차 촬영을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李씨는 이날 수갑과 쇠창살을 소품으로 사용해 찍은 사진과 한복 저고리로 살짝 앞가슴을 가린 반 누드 사진,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깃발 앞에서 흰색 한복 치마만 입고 찍은 사진 등 위안부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낼 만한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제작사 측은 "이번 공개분은 '희생'을 주제로 한 것이며 20일 시작하는 일본 촬영은 '복수', 마지막 네팔 촬영은 '극복'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혀 앞으로 이보다 더 자극적인 누드 작업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백32명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관련 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李씨의 위안부 프로젝트 중단을 강력히 요청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모욕과 수치심을 주는 상업주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의 가슴에 또다시 못을 박는 (행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李씨의 위안부 테마 누드 촬영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은 "종군위안부를 주제로 누드를 찍고 이걸 통해 돈벌이를 하는 행위는 일제의 위안부 동원보다 더 나쁜 짓" "아직 생존해 계신 피해자들을 모독하는 행위" "이승연이 과연 제정신인가"라며 비판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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