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어려워 이공계 기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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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들은 취업에 대한 불안보다 전공 공부가 어렵기 때문에 이공계 진출을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은 지난해 11월 10일부터 12월 30일까지 과학문화 포털사이트 '사이언스올(www.scienceall.com)'을 통해 전국의 초.중.고교 학생 1백70만명을 대상으로 '이공계 진로에 대한 학생 인지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전공 공부가 어려워 이공계 진출을 회피한다'고 응답한 학생이 40.9%에 달했다. 특히 고교생의 경우 절반 이상(53%)이 이공계 진학을 꺼리는 이유로 '어려운 전공 공부'를 들었다. '취업이 불투명해서'라고 응답한 고교생은 16.8%에 불과했다.

또 장래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는 59.5%가 '적성'이라고 응답해 취업전망(18.4%)이나 소득수준(15.7%)을 크게 앞섰다.

이는 과학기술인에 대한 낮은 처우나 좁은 취업문 등이 이공계 기피의 절대적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고, 과학전공 공부가 어렵다는 선입관을 벗을 수 있도록 현행 과학 교과의 난이도를 확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학 수업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초등학생 시절에는 절반 정도가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고교 3학년의 경우 만족하는 학생이 4명 중 한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입시 위주의 과학수업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과학문화재단 최영환 이사장은 "이번 조사는 7백70만명 초.중.고교생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학생을 조사한 것으로 표본수로는 국내는 물론 해외를 통틀어 최대"라며 "이번 조사를 토대로 우수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하고 실험 위주의 학교 밖 과학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학문화재단은 우선 프랑스의 '라망알라파트(손으로 직접)' 운동을 도입, 초.중.고교에 1만개의 과학탐구반을 조직한 뒤 1만개의 산업체.대학.연구기관과 결연하도록 할 방침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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