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주당 필기시험 치러 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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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유권자에게서 개혁 요구를 받고 있는 일본 정치권에 '공천 필기고사'가 등장했다. 중의원 기준 1백70여석의 거대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부터 출마 후보의 공모(公募)기준으로 필기고사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제도의 도입 목적은 개혁을 하라는 유권자의 목소리에 부응하는 인물을 찾아내려는 것"이라면서 "또 선거 때만 되면 철새처럼 몰려드는 정치꾼들을 걸러내 공천의 효율도 높인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999년부터 중의원 선거 및 지방 선거에서 공모를 통해 공천 후보자를 물색해 왔으나 참의원 선거에서 공모방식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이 홈페이지와 신문 광고에서 밝힌 모집요강에 따르면 지원자는 먼저 이력서와 '현 정치에 대한 나의 생각' '정치를 바꾸려는 나의 결의'란 제목의 작문을 제출해야 한다.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당 지도부의 면접을 받게 되며, 최종적으로 적성검사를 통과해야 공천을 받는다. 당 관계자는 "필기로 치러질 적성검사의 형태와 종류는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아무리 시험을 잘 봐 합격하면 무엇 하느냐"며 그 효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공모에서도 4백16명의 응모자 중 46명이 합격했지만 그 가운데 실제 입후보한 사람은 10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입후보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당에서 나가라고 하는 지역구가 모두 자민당 강세 지역이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면서까지 출마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를 거론했다.

한편 그동안 파벌 간 분배에 의한 공천을 고수해 오던 자민당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민당은 당장 오는 4월에 치러지는 사이타마(埼玉)현 중의원 보궐선거 후보를 전국에서 공모하기로 하고 오는 16일까지 응모를 받기로 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구당도 아닌 중앙당이 주관해 후보자를 공모하는 것은 자민당 역사상 거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라고 보도했다.

자민당은 이번 공모에서 우수 인재가 많이 몰려 공천이 안 된 후보에 대해선 7월의 참의원 선거와 다음 중의원 선거 때 활용할 수 있는 인재 풀로 남겨둘 방침이다. 현역 의원이 정계를 은퇴해도 '2세'가 물려받거나 해당 지역의 현의원(한국의 도의원) 등이 뒤를 있는 현 시스템을 확 바꿔 '젊은 피'를 대거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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