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과거엔 왕 행렬하듯 다녔지만 … 이번엔 단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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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21일 "경선 결과 박근혜 후보가 됐으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였다면 불출마 했을 거란 얘기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다.

이 후보는 이어 "죽어도 이 길을 가겠다고 (대선에) 나왔는데 '야권' 지지율이 높다고 꼬리를 뺀다면 무엇 때문에 나왔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권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있으면 정권교체를 위해 사퇴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지지율 변동이 후보의 미래를 결단할 사유는 아니다"며 중도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의 사고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했다.

이회창 후보는 "과거 대선에선 왕 행렬 같은 모습으로 다녔지만 이번엔 단출하게 국민의 말씀을 들으러 다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정계 은퇴란 원칙을 버리면서 꼭 출마했어야 했나.

"제대로 된 정권교체는 국민의 미래를 위한 국가적 원칙이다. 이 원칙을 지키고자 사사로운 명예나 원칙에 대한 자존심을 버렸다."

-한나라당 후보로의 정권교체는 안 하느니 못하다는 뜻인가.

"한나라당 경선 과정을 보면서 과연 이런 후보와 당의 상황으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겠는가 걱정했다. 지금 (이명박 후보) 지지도로는 걱정 없을 것 같지만 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1997년 당내 경선에 불복한 이인제 후보와 뭐가 다른가.

"경선을 치른 뒤에 나오는 것과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탈당해서 다른 길을 가는 것을 같은 수준으로 볼 순 없다."

-이명박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잊지 않고 있다. 그런 (연대의) 상황이 오면 결단의 시점이 되겠지만 미리 가정해서 말하고 싶진 않다. 이 후보와 선의의 경쟁을 하고자 한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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