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배드민턴 정소영 은퇴무대 2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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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마지막 시상대에 오른 정소영(鄭素英.27.전북은)은 애국가가울려퍼지는 가운데 두눈을 지긋이 감았다.국가대표생활 10년,수없이 이어진 영욕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기 때문.
정소영은 이번 히로시마 대회에서 단체전우승에 이어 혼합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2관왕에 올랐다.주종목인 여자복식에서 후배들에게 우승을 넘겨줬지만 국가대표 10년의 마지막 무대는 결코초라하지 않았다.
鄭은 84년 군산여고 재학시절 첫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87년 김연자와 짝을 이뤄 홍콩오픈에서 첫 우승한데 이어 황혜영을 만나면서 환상의 복식조로 세계무대를 주름잡았다.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금메달 획득으로 절정의 시기를 맞은 정소영은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를 선언했 다.
그러나 박주봉.김문수.황혜영등 대표팀 주전들이 대거 은퇴함에따라 전력의 급격한 위축을 우려한 배드민턴 관계자들은 鄭의 은퇴를 적극 만류,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지난해부터는 길영아(吉永雅)를 새로운 파트너로 삼은 鄭은 이후에도 일본오픈등 세차례나 국제대회에서 우승했으나 자꾸만 늦어지는 결혼문제와 체력의 한계등을 이유로 거듭 은퇴의사를 표했었다. 지난해 체육교사인 김범식(金範植)씨와 결혼한 정소영은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아시안게임까지 뛰겠다며 은퇴결정을 다시 번복,후배들을 이끌고 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렸다.아시안게임 출전32년만에 사상 첫 단체전 우승이란 귀중한 결과를 일궈낸 정소영은 『후배들의 기량이 일취월장,홀가분한 마음으로 은퇴하게 됐다』고 말했다.
[히로시마=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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