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만 쳐다보다 헛물 켜는 프로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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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7~2008 프로배구 V-리그 개막을 열흘 앞둔 20일 오전. 김혁규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프로배구 타이틀스폰서를 맡아 달라”고 다시 한 번 부탁했다.

그러나 강 회장은 “배구뿐 아니라 프로야구 쪽에서도 지원을 요청받은 상황에서 한 종목만 부탁을 들어주기 어렵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배구가 타이틀스폰서 없이 시즌을 개막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KOVO는 지난달 초까지 국내의 한 외국합작사와 타이틀스폰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 총재가 강 회장에게 지난 시즌(13억원)보다 늘어난 액수(15억원)를 제시해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고, 다른 협상은 중단됐다.

믿었던 STX로부터 ‘발등을 찍힌’ KOVO는 앞서 협상했던 업체를 찾아갔지만 “이미 끝났다”는 응답만 얻었다.

박세호 KOVO 사무총장은 “개막 때까지 타이틀스폰서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스폰서 없이 갈 수밖에 없다”며 “스폰서비가 연맹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개막 이후에도 스폰서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TX의 야구단 인수도 난망=STX에 목을 맨 종목은 배구만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STX에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인수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신상우 KBO 총재가 STX의 인수 가능성을 언급한 게 9월 말이었다. 하지만 두 달 가까이 STX는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종목만 지원하기 어렵다”는 강 회장의 말대로라면 STX의 현대 야구단 인수도 물 건너간 셈이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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