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만드는사람들>MBC 무대디자이너 민언옥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무대를 만들지만 무대 뒤에 철저하게 숨는다」-.
만일 방송 스태프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면 이 사람만큼 얘기가 딱 떨어지는 사람도 없을 것같다.무대 디자이너 민언옥(36.MBC미술1부)씨가 바로 그 주인공.82년 방송국 미술부에 입사해 12년동안 수없이 무대를 세우고 허무는 일 을 반복하면서도 무대 앞은 늘 다른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일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현재 방영되는 MBC『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비롯,『이벤트 만남』『음악이 있는 곳에』등 굵직굵직한 프로의 무대가 모두 민씨의 작품.
『PD로부터 새 프로그램을 의뢰받는 순간 머리속에 그림이 잡히면 반쯤은 성공한 겁니다.그때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며칠은고생해 만들고도 만족스럽지 않거든요.』무대 디자인엔 프로그램의성격파악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PD와의 완벽한 의사소통이 우선한다는 설명이다.프로그램 성격이 바로 무대의 전체 구조와 색상에 직결되는 것은 물론 바닥재.칠 등의 재료까지 결정한다는 것.브라운관의 무대 뒤엔 시청자들이 예민하게 눈치채지못해도 무대 디자이너의 치밀한 계산 이 숨어있는 셈이다.그가 만든 무대는 드라마『걸어서 하늘까지』『엄마의 방』등의 무대를 비롯해 지난해『대학가요제』『어린이에게 새생명을』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TV세트는 쉬워야 보는 사람이 편하다」는 평소의 무대철학 만큼 일도 편안 하게 추진하는 스타일이다.평소 건축.
과학.음악잡지의「그림」을 눈여겨 봐두지만 일할 때는 책을 들추지 않는 것도 특징.이대 응용미술과 출신으로 나이보다 10년은젊어보이는 그는『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일찍 태어난게 아쉽다』고 말할 만큼 일욕심도 대단하다.『경찰청 사람들』팀장인 장태연PD와는 사내 커플.지난 여름에는『가뭄극복 생방송』일로 새벽1시 남편으로부터 팩스로 무대의뢰를 받고 그림을 주고받은 일도 있다.
『보다 개성있고 창조적인 무대를 꾸준히 그리고 싶다』는 그는『국민학교 2학년인 아들이 TV만 보면 타이틀에서 엄마 이름 찾느라 정신이 없다』며 웃었다.
〈李殷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