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광고는 불쾌감만 줄뿐 효과 없어”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시청자들은 범람하는 중간광고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잘못된 전철을 한국이 밟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간광고가 시청자의 심리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게이오(慶應)대 사카키 히로부미(사회심리학ㆍ설득이론) 교수는 20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한국의 시청자들이 마음 편하게 TV를 보려면 중간광고 허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중간광고의 범람은 시청자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광고주와 광고제작자, TV방송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왔다는 분석이다.

사카키 교수는 2002년 중간광고가 시청자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20∼60대의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으로 구성된 7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는 중간광고를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야마바(山場ㆍ절정이라는 뜻)광고’와 방송 내용에 어느 정도 단락이 지어진 상태에서 방영되는 ‘일단락광고’로 나눠 시청자의 반응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야마바광고를 보면 불쾌하다’고 한 응답자는 전체의 86.0%였다. 불쾌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7.4%에 그쳤다. 야바마광고에 나오는 상품을 사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는 34.0%에 이른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는 2.9%에 불과했다.

다음은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공식 44』등의 저자로 한국에도 이름이 알려진 사카키 교수와의 일문일답.

-프로그램의 중간에 나오는 중간광고가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원인은.
“시청자가 알고 싶다, 보고 싶다는 욕구를 저해당하기 때문이다. 짜증이 난 상태에서 본 광고는 기억하기도 어렵다.”

―중간광고가 관련 상품에 대한 구매의욕을 떨어뜨리기도 하는가.
“그렇다. 심리학적으로는 ‘감정 반응이 인지 반응을 왜곡해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 설명된다. 불쾌감이 상품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방해한다.”

―중간광고를 싫어하는 것은 세계인에게 공통되는가.
“2002년 8월 영국에 유학 중인 일본인 유학생에게 부탁해 영국인과 프랑스인 스위스인 등 30명의 의견을 수집한 일이 있다. 30명 전원이 ‘프로그램 도중에 광고가 끼어드는 것은 불쾌하다’고 답변했다.”

―결정적인 장면에 끼어드는 중간광고가 일본의 경우 구미 국가에 비해 유독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예전부터 그랬는가.
“20∼30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광고시간에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방송국들이 경쟁하면서 최근 십수 년 사이에 나타난 경향이다.”

―한국 방송위원회가 지상파 TV방송의 중간광고를 허용한 데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다른 나라의 나쁜 점을 흉내 내지 말고 한국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프로그램이 끝난 다음에 나오는 광고는 시청자들이 광고 자체에 대해 흥미를 갖고 볼 수 있어 광고주에게도 바람직하다.”

◇사카키 히로부미=게이오대 문학부 교수. 사회학 박사. 게이오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게이오대학원 사회학 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다음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다. 사회심리학 중 주로 효과적인 설득 전략, 그리고 이노베이션의 효과적인 보급 전략에 관한 연구에 종사하고 있다. 저서로 『설득과 영향-교섭을 위한 사회심리학』, 『일본열도 오염 - 설득과 권유의 사회심리학』『설득을 과학화한다』 등이 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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