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날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최근 이 전 비서관이 친분이 있던 삼성 임원으로부터 돈다발을 받았다가 돌려준 경험을 털어놨다"며 그의 진술 내용과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기자회견엔 민변과 참여연대를 포함해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단체 대표 1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 전 비서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2003년 말 또는 2004년 초 삼성전자 법무실 상무로 있던 이경훈(45.변호사)씨로부터 '뉴스를 보고 생각이 났다'는 안부 전화를 받고 점심을 함께했다. 두 사람은 1990년대 후반 아파트 관련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측 변호사를 맡은 것을 계기로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김 사무처장은 "식사 도중 이경훈 변호사가 '명절에 회사에서 내 명의로 선물을 보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고 이 전 비서관은 한과나 민속주 따위의 의례적인 선물로 생각해 수락했다"고 전했다.
실제 2004년 1월 16일 이 전 비서관이 휴직했던 법무법인에 선물이 도착했고, 이 전 비서관이 1월 26일 자택에서 선물을 열어본 결과 돈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민주노총 등 60여 개 시민.사회단체의 회원들이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그룹이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을 상대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가 회견 도중 돈다발이 찍힌 증거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김 사무처장은 "이 전 비서관의 주장은 '삼성이 정.관계에 조직적 로비를 벌였다'는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사실임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백승헌 민변 회장은 "청와대 역시 삼성의 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드러난 만큼 특검법 제정을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3년10개월 만에 공개?=이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의문점도 제기됐다. ▶3년10개월이 지난 시점에 공개하는 이유▶선물을 받은 즉시 검찰 등 사정당국에 알리지 않은 점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 전 비서관이 당시엔 공개해 봐야 중간 전달자인 이 변호사만 쳐 내는 '꼬리 자르기'로 끝날 것이 자명해 되돌려 주고 끝내기로 작정했었다"고 전했다. 폭로 계기에 대해선 "자신의 경우에 비춰볼 때 최근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과 관련해 폭로한 내용이 사실일 것으로 판단, 모든 경위와 증거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인성 기자